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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4일 토요일

사회적 약속


어느 해 겨울에 아래층에 아기를 데리고 사는 젊은 부부가 위층 아래층에 과일을 돌렸다. 별안간 받아든 과일을 들고 당황해하고 있는데, 아이가 울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또 그때쯤 일터에서 연로한 근로자 한 분이 일처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는데, 주변분들이 대신 일을 해 주면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용성이 없는 근로자분의 신변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또 퇴근 길에 폐지를 모은 리어카를 끌고 교통을 방해하는 노인이 있는데, 누구나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리거나 피해갔다.
 
아무도 불평을 한 일이 없는데, 아이 울음소리로 이웃에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부부,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웃들, 연로한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는 동료들이 모두 효용성과 능률성, 이기심등의 기준을 내려놓고 암묵적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을 하고 있는듯 하였다.
 
그런 마음은 어쩌면 본능일 수도 있고, 때로는 국가와 사회가 입법적으로나 사회적 규약으로 지켜주기도 하는 약속인 듯하다.
 
한 편으로는 비숫한 시기에 젊은이들의 꿈을 꺾는 사회현실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기도 하고, 젊은이가 자신의 젊음과 성공가능성을 내세워 노인의 논리를 굽히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어제는 근로자들의 휴일근로수당을 깎는 입법이 발의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휴일에 근로를 해야 하는 열등한 지위의 근로자들과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중소기업근로자들의 인건비로 균형을 맞추겠다는 논리를 보며 좌파적인 논리가 우파적인 논리에 압도당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사회의 사회적 약속들이 점점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회적 약속을 무너뜨려야 할 이유는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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