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떤 방치된 농가에 차려놓은 초라한 가구공장을 보았다. 외국인 노동자 몇명이 철골재료를 용접하고 있었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일본인 사장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보다 창업환경이나 고용환경이 안정된 일본을 떠나서 한국에서도 3D직종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 일본인 사장의 밝게 웃는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안정된 환경일수록 가진 바탕이 없는 사람이 창업하기가 힘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가끔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기를 반복하면서 떠돌고 있는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한국에 온 새터민들중에는 고난의 행군시기에 지역주민의 30퍼센트가 사라졌다는 곳에서 탈북한 사람조차 한국에서의 생활이 오래되자 돈으로 시작되고 돈으로 끝을 맺는 자유시장경제의 메카니즘에 적응을 하지못하는 경우를 본것같다. 심지어는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는, 북한의 실상을 잘 아는 한국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직업교육 못지않게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학습이 많이 필요했던것 같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유시장경제의 생활방식에 익숙한 일본인 사장과 갑자기 변한 환경을 맞이한 새터민은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각들을 학습한 '분량'에 있어서 비교할 바가 아닌것 같다.
자유를 능동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방법을 잃어버린 새터민들의 고민은 언젠가는 통일이 될 가능성이 한층 깊어졌을때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중대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것 같다. 그런 문제는 북한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듯 하다. 한국사회가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개인적인 실업상태가 계속됨으로서 능동적으로 사회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개인에게만 책임지울 일도 아닌듯 하다.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에서 만들어 준 일본인 사장의 자신감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만들어 준 새터민의 좌절감이 극명하게 다름을 느끼며 겨울을 앞두고 낙엽이 스산한 거리를 위축된 모습으로 걸어가는 초라한 한국인이 눈에 띄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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