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사건부터 호르무즈 파병까지 한국인이라면 미중 양강구도 특히 중국의 근육자랑에 대한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한국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제 2차 반둥회의를 상상해 보았다. 그냥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서 말이다.
몇 개월째 인공지능이랑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초합리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정치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음은 다행이다. 정치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선악의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도구적 자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면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다.
나는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부모옆에서 분단되어 있는 남북한의 처지 자체를 굴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우리들의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서도 인식하고 있다. 나는 남북한이 협력하거나 통일될 미래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양강 이후: 제3의 결집, 한국의 병목,
그리고 북한의 개방
이형춘 · 독립 칼럼니스트
2026년 9월 26일
표기 원칙: 본문의 (사실)은 확인된 내용, (추론)은 저자의 논리적 판단, (규범)은 저자가 바라는 방향이다. 웹 자료 다수는 제목과 링크 수준으로만 확인했다(끝의 검증 메모 참조).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는 당분간 유지된다. 그러나 그 구도의 수혜자는 정해져 있지 않다. 중국의 힘 과시가 만든 반사효과를 미국이 걷어차고 있다면, 그 이익은 제3의 결집으로 흐를 수 있다. 한국은 그 흐름의 참여자에 머물지 않기 위해 기술 병목을 협상력으로 삼아야 하며,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개방이 그 시험대다. 이 글은 예측과 바람을 구분하여 그 논리를 세운다.
1. 양강은 남지만, 극은 하나로 굳지 않는다
경제, 군사, 기술의 격차를 보면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상당 기간 두 개의 중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추론) [1][2][3][4]. 그러나 양극은 두 나라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머지 국가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함께 결정한다. 냉전과 달리 지금은 확고한 블록이 없다. 인도, 튀르키예, 걸프국, 아세안은 양쪽과 동시에 거래하며 위험을 분산한다(추론). 힘의 분포는 양극에 가깝고 정치적 행태는 다극에 가깝다는 뜻이다. 중국조차 G2가 아니라 다극 체제를 내세운다는 분석이 있다(사실, 제목 수준 확인) [5]. 9월 24일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6][7], 그 결과가 협조인지 관리된 경쟁인지는 본문 검증 전이므로 판단을 유보한다.
2. 반사효과는 누구의 몫인가
중국이 남중국해, 사드 보복, 국경 충돌에서 힘을 과시하자 주변국은 결속했다. 쿼드, 오커스, 일본의 방위 확대, 필리핀과 미국의 재밀착이 그 사례다(사실). 이 결속은 미국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의 행동이 제공한 것이었다.
문제는 그 반사효과를 누가 받아 가느냐다. 놀란 나라들이 찾는 것은 안전이고, 그 대안은 미국일 수도 있고 미중 사이의 자율 공간일 수도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게까지 관세와 분담금으로 압박하면 중국을 경계하던 나라들은 양쪽을 경계하게 된다(추론). 실제로 BRICS 회의에서 미국의 관세와 에너지 무역을 둘러싼 회원국의 반발이 보도되고 [9], 미중 정상회담이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의 불리함을 드러낸다는 논평과 관세가 세계 권력 지형을 다시 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8][10](사실, 제목 수준 확인).
이것이 트럼프의 실책인지는 결과가 판가름한다. 관세로 양보를 얻어냈다면 실책이 아니다. 또한 그의 노선이 일시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지만(규범적이자 예측적 판단), 반론은 강하다. 그는 두 번 당선되었고, 대중국 강경 노선은 양당이 공유한다. 설령 일시적이라 해도 동맹국은 미국이 이런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이미 학습했고, 그 학습은 헤징 구조로 남는다(추론).
3. 결집은 실체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작동한다
제2의 반둥이 실제로 열릴지는 알 수 없다. 1955년 반둥회의에서 1961년 비동맹운동 정상회의까지 6년이 걸렸다 [11][12]. 오늘의 글로벌 사우스는 인도와 중국의 경쟁 관계처럼 훨씬 이질적이다. 반미 연대가 곧 친중 연대로 보이면 참여국은 줄어든다(추론).
그럼에도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제3의 결집이 완성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과 중국을 절제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두 강대국은 중견국을 잃지 않으려고 태도를 누그러뜨린다. 이 경우 결집의 완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추론). 이 논리의 약점도 분명하다. 평화적 태도는 전술일 수 있고, 두 강대국이 중견국을 나누어 갖는 G2 협조나 핵심 국가의 개별 회유로 결집이 내부에서 무너질 수 있다.
4. 한국: 병목과 취약성
호르무즈 사태는 한국에게 굴욕감을 남겼다. 그러나 감정을 정책의 동력으로 삼기 전에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 9월 초에는 미국이 파병을 기다린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19], 9월 19일 한미 외교회담에서 한국이 기여 의지를 전했고 미국의 파병 요구는 없었다고 보도되었다(사실, 제목 수준 확인) [17][18].
저자가 한국에 제시하는 길은 이렇다(규범). 첫째,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 병목, 즉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을 협상력의 원천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병목은 노광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소재를 외국에 의존하므로 온전히 우리 것이 아니고, 강대국이 투자와 생산을 요구하는 표적이 되기도 한다(추론). 둘째, 호르무즈의 본질은 에너지 수송로가 한 해협에 걸려 있다는 취약성이므로, 기술 우위와 별개로 에너지와 공급망의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다변화 움직임은 이미 논의되고 있다(사실, 제목 수준 확인) [13][14][15][16]. 다만 다변화가 곧 자율성은 아니다. 자율성은 대안을 마련해 두고 실제로 거절할 수 있을 때 성립한다.
5. 북한: 저자의 규범적 선택
이 절은 예측이 아니라 저자가 바라는 방향이다. 각 항목은 반론과 함께 제시한다.
5.1 미국과 북한의 협상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여, 북한이 중국 일변도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규범). 트럼프가 대화를 시도하고 김정은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는 보도와, 김정은이 이를 무시하는 방식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사실, 제목 수준 확인) [20][21][22]. 반론도 있다. 북한은 러시아라는 다른 의존처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추론), 핵 문제와 한국 배제(코리아 패싱)의 위험이 남는다. 저자는 개방의 중요성이 코리아 패싱보다 크다고 보지만, 개방의 틀을 누가 짜느냐가 이후의 방향을 정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5.2 핵과 재래식 군사력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을 먼저 하고 그 힘을 경제 개발로 전환한다(규범). 핵은 북한의 정체성에 가까우므로 동결과 검증은 현실성이 낮고, 폐기는 장기 목표로 둔다. 이 선택의 대가를 숨기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의 안보 불안, 비확산 체제의 약화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군의 대규모 감축은 군부라는 체제의 핵심 기반과 실업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므로, 군의 이익을 보전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5.3 요구선: 장마당의 합법화와 되돌림 금지
정권의 존립을 장기간 보장하는 대가로 저자가 요구하는 최소선은 장마당의 합법화와 그 되돌림의 금지다(규범). 재산권 보호, 임의 몰수 금지, 대금 지급 보장 같은 관찰 가능한 지표를 붙인다. 근거는 시장이 주민의 독자적 소득원과 정보 유입 통로를 만들어 국가의 통제를 약화시킨다는 연구다 [23]. 한계도 있다. 시장과 억압은 공존할 수 있다(중국의 사례). 북한은 2009년 화폐개혁으로 시장을 억누른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추론), 되돌림 금지가 요구선의 핵심이다.
5.4 목표 모델과 인권
저자가 바라는 것은 싱가포르와 같은 자본주의 독재국가다(규범). 그러나 싱가포르의 핵심은 독재가 아니라 법치, 재산권, 계약의 예측 가능성, 낮은 부패였다 [25]. 세습 권력이 스스로를 법에 묶을 것인지가 관건이며, 현실적 경로는 베트남이나 중국에 더 가까울 수 있다(추론).
인권 수준이 경제 수준과 같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인권 개선은 경제성장의 자동적 결과가 아니라 시민의 투쟁을 거친 것이었다. 정치범 수용소 문제는 유엔 조사위원회가 심각하게 지적한 사안이다 [24]. 저자의 구상은 시장을 통한 통제 약화를 우선 경로로 삼는다. 이는 규범적 선택이며 비판받을 수 있다. 체제의 현상 유지를 인정하면서 인권과 교류 조항을 함께 넣어 장기적 변화를 유도한 헬싱키 협정이 참고할 만한 선례다 [26].
5.5 개방과 분단의 해체
저자는 개방이 분단의 고착으로 보이더라도 결국 분단을 해체시키리라 바란다(규범). 그러나 중국과 대만은 깊은 경제 교류에도 정치적 분단이 이어지고 있다. 교역은 통합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북은 같은 언어를 쓰므로 남한의 영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개방을 더 위험하게 느낄 수 있다(추론). 저자가 제시하는 해체의 경로는 정보 유입, 세대교체, 경제 격차의 축소다.
6. 이 논지를 무너뜨릴 조건
미국이 관세와 분담금 정책을 조정하거나 동맹국과 개별 합의에 도달해 불만이 가라앉는 경우
중국이 다시 강압적 행동을 보여 중견국이 미국 쪽으로 되돌아오는 경우
인도가 미국 또는 중국과 관계를 크게 개선하거나 악화시켜 결집의 핵심이 빠지는 경우
결집이 성명 수준에 머물고 결제망이나 협의 기구 같은 실질적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북한이 개방하더라도 시장을 다시 억누르거나 남한과의 경로만 차단하는 경우
7. 맺으며
제3의 결집이 완성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도 미국과 중국은 절제를 강요받는다. 한국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참여자가 되려면 기술 병목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시장을 여는 데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글의 절반은 예측이고 절반은 바람이다. 독자는 그 경계를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참고문헌
[1] Waltz, K. N. (1979).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Addison-Wesley.
[2] East Asia Forum (2025-12-17). US–China G2 undermines multipolarity. https://eastasiaforum.org/2025/12/17/us-china-g2-undermines-multipolarity/
[3]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Return of the G2: Trump, China, and the Mirage of a Bipolar World. https://www.orfonline.org/expert-speak/return-of-the-g2-trump-china-and-the-mirage-of-a-bipolar-world
[4] Modern Diplomacy (2026-09-18). The Myth of a Multipolar World: Why the Global Order Is Becoming More Bipolar, Not Less. https://moderndiplomacy.eu/2026/09/18/multipolar-world-new-bipolar-order-us-china/
[5] China-Global South Project (2026-07-21). Why Beijing Wants Multipolarity Instead of a G2 With the U.S. https://chinaglobalsouth.com/2026/07/21/china-rejects-g2-multipolar-world-global-governance/
[6] Al Jazeera (2026-09-24). Trump-Xi summit: Four key takeaways from the Washington, DC, meeting. https://www.aljazeera.com/news/2026/9/24/trump-xi-summit-four-key-takeaways-from-the-washington-dc-meeting
[7] NBC News. Trump-Xi summit: Leaders meet at White House amid tensions over Taiwan, trade and AI. https://www.nbcnews.com/world/asia/trump-xi-summit-meet-white-house-tensions-taiwan-trade-ai-rcna598073
[8] Al Jazeera (2026-09-25). The Trump-Xi summit exposes a US disadvantage in the Global South. https://www.aljazeera.com/opinions/2026/9/25/the-trump-xi-summit-exposes-a-us-disadvantage-in-the-global-south
[9] WION News. BRICS Summit 2026: Trump must be watching amid pushbacks from member states on US tariffs, conflicts and energy trade. https://www.wionews.com/india-news/brics-summit-2026-trump-must-be-watching-amid-pushbacks-from-member-states-on-us-tariffs-conflicts-and-energy-trade-1788857773139
[10] Geopolitical Monitor. Global South Can Gain as Trump Tariffs Redraw Global Power Map. https://www.geopoliticalmonitor.com/global-south-can-gain-as-trump-tariffs-redraw-global-power-map/
[11] Asian-African Conference (1955). Final Communiqué of the Asian-African Conference of Bandung, 24 April 1955.
[12] Wikipedia. 1st Summit of the Non-Aligned Movement. https://en.wikipedia.org/wiki/1st_Summit_of_the_Non-Aligned_Movement
[13] East Asia Forum (2026-06-18). South Korea's middle power diplomacy at an inflection point. https://eastasiaforum.org/2026/06/18/south-koreas-middle-power-diplomacy-at-an-inflection-point/
[14] Asia Times (2026-04). Seoul pivots southward again, restructuring for strategic autonomy. https://asiatimes.com/2026/04/seoul-pivots-southward-again-restructuring-for-strategic-autonomy/
[15]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South Korea's Trade Reset: Diversifying Beyond the US and China. https://www.orfonline.org/expert-speak/south-korea-s-trade-reset-diversifying-beyond-the-us-and-china
[16]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How South Korea Is Trying to Increase Its Supply-Chain Resilience. https://keia.org/analysis/how-south-korea-is-trying-to-increase-its-supply-chain-resilience/
[17] 서울신문 (2026-09-19). 한미 외교회담에서 호르무즈 기여 의지 전달…“파병 요구 없어”.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6/09/19/20260919500005
[18] 뉴스1 (2026-09-19). 韓, 미국에 호르무즈 기여 의지 전달…“美, 파병 요구 없어”(종합). https://www.news1.kr/world/usa-canada/6295959
[19] 네이트 뉴스 (2026-09-06). 美 “파병 기다린다” 이란 “침략 간주”…한국 ‘호르무즈 딜레마’. https://m.news.nate.com/view/20260906n06301
[20] Al Jazeera (2026-08-18). ‘Very positive’: Trump says Kim Jong Un has responded to his overtures. https://www.aljazeera.com/news/2026/8/18/trump-says-n-koreas-kim-has-responded-to-his-request-for-a-conversation
[21] Washington Examiner. Kim Jong Un is ghosting Donald Trump — and it’s working. https://www.washingtonexaminer.com/op-eds/4706768/trump-kim-jong-un-summit-2026-nuclear-talks/
[22] Chatham House (2026-01). North Korea in 2026: Will the US and South Korean push for talks succeed? https://www.chathamhouse.org/2026/01/north-korea-2026-will-us-and-south-korean-push-talks-succeed
[23] Haggard, S. & Noland, M. (2011). Witness to Transformation: Refugee Insights into North Korea.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24] UN Human Rights Council (2014).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HRC/25/63.
[25] Lee, K. Y. (2000). From Third World to First: The Singapore Story, 1965–2000. HarperCollins.
[26]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1975). Final Act (Helsinki Final Act).
출처 검증 메모
이 글이 인용한 웹 자료 [2]–[10], [12]–[22]는 작성 시점에 검색 결과의 제목과 링크 수준에서만 확인했고 본문 전체를 정독하지 못했다. 따라서 해당 자료는 논쟁의 존재와 보도 사실을 뒷받침하는 용도로만 썼으며, 세부 수치와 주장은 게재 전 원문 확인이 필요하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2009년 화폐개혁 등 기존 지식에 기댄 대목은 본문에 (추론) 또는 “알려져 있다”로 표시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