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 여러 가지 일터에서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행태를 연구했다. 폭력성의 관점에서만 보면 젊은이들의 혈기적인 폭력성이 내재해있고, 노인들 특히 남자 노인들은 감쇄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폭력성이 내재해있었다. 특히 한국같은 경우 분단된 상황과 군대문화는 그런 면모를 더 해주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의 노인들이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이미 50만명 이상 희생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구 소련의 영광을 생각하는 러시아의 노인들은 젊은이들을 아끼지 않는다. 혹자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발생한 재앙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 뒤에서 정치적인 배경이 된 것은 2차 대전과 공산주의 대국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진 러시아 노인들의 의식세계다. 미래에 국가를 영속시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신들만의 은하영웅전설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늙은이들이 정신을 차려야 전쟁이 없을텐데.......”라는 푸념으로 인공지능과의 토론을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한 세대를 다 싸잡아서 비난하지 말라고 한다.그래서 곧 대화는 내가 좋아하는 톨스토이와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과 연관시켜 나갔다. 나는 고등학교때 수업시간에도 몰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러시아를 동경했는데, 이제는 나쁜스키들이 많은 나라가 된 것 같다.
러시아의 바보 이반
— 우크라이나 전쟁, 노년의 심리, 그리고 러시아 문학이 이미 경고했던 것
이형춘 · 클로드(Claude)와의 대화 정리 · 2026년 8월
서문: 왜 '바보 이반'인가
톨스토이의 민담 《바보 이반》에서, 무기도 돈도 없이 오직 노동과 순박함만으로 다스려지는 이반의 나라는 끝내 번영한다. 반면 칼과 금으로 세상을 정복하려던 형제들의 나라는 스스로 무너진다. 톨스토이가 이 이야기로 하고 싶었던 말은 명확했다 — 힘과 정복으로 쌓아 올린 위대함은 결국 자기 파괴로 끝난다는 것.
지금의 러시아는 이 우화가 거절했던 형제들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글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 국면을 짚어보는 데서 출발해, "왜 이 전쟁이 계속되는가"라는 질문을 러시아 노년 세대의 심리, 그리고 러시아 문학이 백 년 전에 이미 진단해둔 인간상으로까지 파고들어 본 대화의 기록이다.
1. 전황: 교착과 격화가 동시에
2026년 8월 현재 전선 자체는 뚜렷한 변화 없이 교착에 가깝다. 러시아군은 수미·하르키우·도네츠크 등 여러 방향에서 공세를 이어가지만 확인된 영토 진전은 미미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슬로비얀스크 인근 등에서 소규모 반격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 후방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은 크게 격화됐다. 7월은 2022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달이었고, 7월 2일 공습은 31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한 전쟁 중 최대 규모의 단일 공격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병력과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배치했다는 정보도 이 공세 격화와 맞물려 있다.
외교 트랙에서는 트럼프-젤렌스키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공동생산과 협상 재개가 논의됐지만, 실질적 휴전이나 평화협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2. 푸틴: 정보요원의 신중함과 강경파의 압박 사이
푸틴의 사고는 단선적이지 않다. KGB·FSB 출신 특유의 정보 통제와 위협 평가 능력이 그의 통치 스타일 전반에 배어 있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군사적·경제적으로 뚜렷이 약화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 — 약 50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 추정, 연료 부족으로 인한 국내 불만, 베네수엘라·헝가리 등 우방 이탈, 축소된 전승절 열병식이 그 증거다. 5월에는 "전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유화적 발언과 함께 임시 휴전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공백을 기회로 본 러시아는 협상 대신 미사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콘스탄틴 말로페예프 같은 극단 민족주의 올리가르히와 실로비키 강경파들이 협상 중단, 전면 동원, 심지어 전술핵 사용까지 요구하며 푸틴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푸틴이 실질적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강경 블록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즉 푸틴의 선택지는 그 자신의 신중함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권력 집단이 얼마나 소련에 대한 향수와 제국적 서사에 묶여 있는가에 의해 크게 제약된다.
3. 노년의 심리: 교과서적 달관과 현실의 간극
노년기를 자연스럽게 지혜와 관조로 수렴하는 시기로 그리는 교과서적 서술과 달리, 실제 임상·현장 관찰에서는 정반대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 신체·인지 능력의 감소를 자각할수록 통제감을 잃지 않으려 더 완고해지거나, 남은 권위를 과시적으로 행사하려는 '보상적 지배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지배 욕구는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노골적 지배 — 몸이나 위계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해병대와 같은 군 출신 노년 남성에게서 강하게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은밀한 조작 — 죄책감, 걱정을 가장한 통제, 관계의 의무감을 지렛대로 삼는 방식으로, 몸으로 밀어붙일 힘이 없는 이들이 택하는 경로다. 방식은 정반대지만 목적은 같다 — 잃어가는 존재감과 통제감을 상대에게서 끌어다 채우려는 것, 이른바 '에너지 흡혈'이다.
이걸 보편적 노년의 특성으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정체성이 과거의 영광이라는 단일 서사에 압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정밀하다. 그리고 러시아의 강경파 노년 남성들은 정확히 이 조건에 부합한다 — 소련 붕괴와 1990년대의 굴욕을 겪은 세대에게, "위대한 조국전쟁"의 승리 신화와 초강대국 시절의 기억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마지막 준거점이다.
4. 왜 젊은이들을 죽이는가: 루스키 미르와 정당성의 문제
우크라이나와 우호적으로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통일에 준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데도, 크렘린 강경파는 무력 병합을 고집한다. 그들의 논리는 노골적 정복욕이 아니라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 — 러시아어권·정교 문화권·옛 소련 영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문명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방어라는 자기 서사로 포장된다. NATO 동진을 포위 전략으로 규정하는 안보 서사가 여기에 덧붙는다. 명백한 정복욕조차 스스로에게는 생존을 위한 방어로 재포장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답은 냉정하다 — 그 서사를 포기하는 순간 권력의 정당성이 무너진다고 믿는 지도부는, 실제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그 대가로 치러왔다. 향수는 재료일 뿐이고, 그것을 권력 유지의 무기로 계속 가공해 사용하는 것은 결국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5. 목숨을 다루는 방식: 유물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러시아군의 '고기 돌격'(meat assault) 전술은 병사를 소모품으로 던져 넣는 관행을 정확히 드러낸다. 하지만 이 뿌리를 공산주의 유물론에서만 찾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러일전쟁, 1차대전 당시 제정 러시아군도 이미 대규모 정면돌격으로 악명 높았다 — 볼셰비키 혁명보다 앞선 일이다. 공산주의는 여기에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이념적 포장을 하나 더 씌웠을 뿐이다.
더 구조적인 원인은 이렇다. 광대한 인구를 전략적 자산으로 취급해온 역사, 하급 지휘관에게 판단 권한을 거의 주지 않는 극도의 중앙집권적 지휘 문화(서구의 '임무형 지휘'와 대비), 대규모 사상자에도 정권을 위협할 만큼 여론이 성장하기 어려운 정보 통제 체제, 그리고 정밀무기·훈련 투자보다 값싼 인력이 실질적으로 더 싸게 먹히는 부패 구조.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면서 값비싼 기갑 대신 소규모 보병을 투입하는 쪽으로 '적응'한 것도, 결국 기계는 아끼고 사람은 여전히 가장 값싼 자원으로 취급한다는 계산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6. 러시아 문학은 이미 경고했다
흥미롭게도 러시아 문학은 이 모든 패턴을 백 년 전에 이미 진단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가 세운 '나폴레옹 이론' — 평범한 인간과 도덕률을 넘어설 자격이 있는 '비범한 인간'을 나누는 논리 — 은 지금 크렘린 강경파의 자기 정당화와 거의 겹친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화자는 아무 힘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비대해진 인물이 인정받지 못한 자의식을 뒤틀린 방식으로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힘을 갖지 못한 '작은 영웅들'의 심리를 정확히 짚은 것이다.
반면 톨스토이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전쟁과 평화》에서 그는 위인 사관 자체를 집요하게 해체했다 — 나폴레옹조차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린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고 그렸다. 말년에는 국가 폭력을 거부하는 기독교 무정부주의로 나아갔고, 이는 훗날 간디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즉 러시아 문화 안에는 '작은 영웅 서사에 도취되는 인간'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목소리와, 지금 크렘린이 실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그 서사가 처음부터 공존해 있었다.
《은하영웅전설》의 질문 — 한 사람의 영웅적 서사를 위해 이름 없는 다수가 소모되는 것이 정당한가 — 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작품은 명확히 답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영웅이라도, 그 영웅담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7. 맺음말
바보 이반의 나라는 칼도 금도 없이 오직 일하는 손으로 번영했다. 반대편 형제들의 나라는 정복과 위세로 스스로 무너졌다. 지금 러시아의 노년 강경파들이 붙들고 있는 것은 이반의 지혜가 아니라, 이반의 형제들이 걸었던 길이다. 자기 세대의 못다 이룬 영웅담을, 다음 세대의 목숨으로 완성하려는 그 길 말이다.
참고문헌
Al Jazeera, "Putin's 'illusion of victory:' Russia ramps up missile attacks on Ukraine" (2026.8.18). https://www.aljazeera.com/news/2026/8/18/putins-illusion-of-victory-russia-ramps-up-missile-attacks-on-ukraine
Al Jazeera, "Zelenskyy and Trump discuss Patriot deal and reviving Russian peace talks" (2026.7.28). https://www.aljazeera.com/news/2026/7/28/ukraines-zelenskyy-hails-good-meeting-with-trump-at-white-house
Al Jazeera, "Putin suggests Russia's war on Ukraine 'coming to an end'" (2026.5.10). https://www.aljazeera.com/news/2026/5/10/putin-suggests-russias-war-on-ukraine-coming-to-an-end
Atlantic Council, "With Putin visibly weakened, now is the time to back Ukraine". https://www.atlanticcouncil.org/blogs/ukrainealert/with-putin-visibly-weakened-now-is-the-time-to-back-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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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 Security Journal, "Putin Is Being Cornered by His Own Hardliners — and the Plan They're Pushing Him Toward Crosses the One Line Left". https://nationalsecurityjournal.org/putin-is-being-cornered-by-his-own-hardliners-and-the-plan-theyre-pushing-him-toward-crosses-the-one-line-left/
SOFREP, "Russia's 'Wave-Style' Assault Tactics in Kursk: A Brutal Nod to History". https://sofrep.com/news/russias-wave-style-assault-tactics-in-kursk-a-brutal-nod-to-history/
Newsweek, "Russian soldier describes Russia's use of 'meat assault' tactic". https://www.newsweek.com/russian-soldier-describes-moscows-use-meat-assault-tactic-1839375
Al Jazeera, "Russian weapons, tactics seen in Ukraine are shaping Myanmar's civil war" (2026.3.24). https://www.aljazeera.com/news/2026/3/24/russian-weapons-tactics-seen-in-ukraine-are-shaping-myanmars-civil-war
레프 톨스토이, 《바보 이반》(Иван-дурак, 1885)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 1869)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186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 1864)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은하영웅전설》(銀河英雄伝説, 1982–1987)
이 글은 이형춘과 클로드(Claude)의 대화(2026년 8월)를 바탕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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