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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기괴한 팔도강산 / 벌린

영국의 역사학자 벌린(Isaiah Berlin 1909-1997)은 자유주의를 적극적 자유주의와 소극적 자유주의로 나누었다. 그리고 적극적 자유주의는 의도는 좋았지만 개인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개념들(민족,국가,종교,인종,이념등)에 의해서 전체주의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하여 많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자유를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나 이념같은 상위개념을 옹호하는 권위주의 통치를 경험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서구에서는 일찍 해결된 문제들이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에 많은 진통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한국은 한창 경제개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집은 트럭을 가지고 광산촌에서 자동차품을 팔고 있었다. 지금은 광산촌들이 폐허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서울 다음으로 번창하는 곳이었다. 저녁때가 되면 동네 사람들은 TV가 있는 집에 모여서 꽃피는 팔도강산이라는 연속극을 보며 즐거워했다. 아무리 경제개발이 진행중이라고 해도 누구나 지금보다 어려웠던 생활을 했다. 그러나 미래와 희망이 가득차 있었다. 비록 경제개발이란 상위개념에 의해서 국민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시절이었지만 급한 불부터 끈다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자유에 대한 인식을 양보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많은 노력들에 의해서 경제와 자유가 정상화되자 기괴한 의식들이 등장하여 국민의 정신세계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기괴한 의식이란 이념적 또는 종교적인 의식들이 자유주의 국가의 약점을 파고 들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아직도 과잉이념이나 공격적인 종교에 의해서 진통을 겪고 있는 근대화되지 않은 사회라는 사실이 수시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의 이번 정부에서 기괴하게 종교적인 인물들이나 검찰같은 내집단(inner circle)에 의해서 국정이 어지러워지는 걸 경험했지만 이런 일은 과거에도 빈번했다.

 

나는 청년기에 공격적인 종교집단에 의해서 매우 분노한 사건들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나갈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인데 종교인들이 자꾸 날 도와주겠다고 끈적거리며 조직적으로 달라붙었다. 많은 독서로 인해 의식의 세계가 이미 세계화 되어 있던 나 자신은 조직화 되어 바깥세상과 대립하고 있는 종교적인 내집단(inner circle)이 기괴하게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이미 북한 사회가 이념으로 인하여 기괴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고 한국사회가 이념적 기괴함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상당히 오랫동안 의식세계의 문제로 망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진짜 그랬다. 종교적인 정치인이 나타나 한국을 하느님에게 봉헌하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유사종교적인 인물들이 국정을 농단하기도 했다. 그리고 검찰등 내집단의 부작용도 활발하게 경험했다. 나 자신도 종교랑 거리가 먼 사람은 아니지만 남보다 투철한 철학적인 고찰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주술이나 기도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하면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곤 했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리고 버스 운전이나 지게차 운전등 가능한 실사구시적인 일자리를 찾아 다녔다. 조잡한 의식의 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끔 육체적으로 쇠퇴할 때를 대비하여 자격증 준비도 하고 있지만 그런 시간은 나의 본질적인 시간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다.

 

벌린은 사람들의 신념이 상대적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벌린은 현대사회의 가치다원주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상대성을 인정하고 그 상대성이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을 상쇄시키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마도 누군가의 독특한 생각은 인정 받아야 하지만 그 독특함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아야 하며 사회질서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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