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돠꾜 쏵시간(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대학을 포기하고 푸쉬킨의 소설 [대위의 딸]을 읽고 있었다. 코사크 반란군 대장인 푸카초프가 수비군 대장의 딸을 도와주며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반란'에 관점을 두지 않고 '사랑'에 관점을 두고 책을 읽었다. 국어시간에 독후감을 써냈는데, 그런 사랑(마리아에 대한 표현하지 않는 마음)을 하고 싶다고 써냈으니 여선생님이었던 국어샘은 잘 썼다고 칭찬을 하였다. 학생으로서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회없는 고돠꾜시절을 보낸듯 하다. 나중에 주입식교육에 몰입을 해봤는데, 한없이 피폐해져갔다.
몇일전 문학경기장에서 한 군인이 걸그룹의 춤을 그대로 따라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는데, 정말 찰 추었다. 심지어는 걸그룹보다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누군가 군인으로서 품위를 위반했다는 민원을 넣었다.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군인이 정상인지 그런 장면에 민원을 넣은 사람이 정상인지는 알아서 판단해 볼 일이다.
열살무렵 나의 부친이 트럭을 몰고 위험한 강원도 산길을 떠났다. 나를 태워주기를 바랬지만 그렇지 않아 마당에서 우울하게 흙을 만지며 놀고 있었다. 십리이상을 갈법한 시간에 부친이 다시 돌아와서 태워주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였다. 가족이 함께 타고 다니다 몰살한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때문에 그런 것이니 이해하란 말씀이었다. 평소 무뚝뚝하고 하루 종일 가야 한 마디 하는 부친이 그런 세심한 마음씀씀이를 보여주는 것에 감동하여 그날 이후 나는 내내 부친을 좋아하였다.
시몬느베이유가 어렸을때 부모님과 옵바랑 전철을 타고가다가 갑자기 옵바랑 함께 겨울 스타킹을 벗었다. 그리고 덜덜떨면서 많은 승객들이 듣도록 떠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날씨도 추운데 왜 스타킹을 못신게 하는거지? 옵바 너무 춥다 그지?" 승객들은 시몬느베이유의 부모님을 쳐다보며 험악한 인상을 썼고, 몇몇은 욕을 하였다. 요즘 같으면 아동 학대로 체포될 판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자상하게 웃고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후환이 없었다고 한다.
툭하면 수소폭탄을 날리겠다고 협박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그리고 그런 국가의 영향으로 함께 경직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육에 대해서 최첨단을 걷고 있는 핀란드가 이번에는 국영수에 관한 주입식교육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교육시킬 필요가 없고 그 대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철학, 역사등의 교육을 강화시키겠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열등한 사람들의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식의 레드오션교육보다는 블루오션교육을 체택한 핀란드의 교육시스템에 대해서 경이로운 면이 있었는데, 이 참에 한국교육을 더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듯 하다. 사고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못한 사회가 장기적으로 낙관적일 수는 없는듯 하다.
철학은 이제 유행이 아닙니다. 철학없이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철학에는 자신을 성찰하고, 인간을 바라보며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의회에는 국가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진지한 토론을 나누고, 심도 있게 생각을 견주어야 하며, 국가의 사상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가철학 없는 민주주의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 호세무히카 -
한참 체제경쟁이 심각할 무렵 남북한에서는 서로에게 우리쪽으로 투항하라고 권고하였다. 서로에게 투항할 필요가 없는듯 하다. 철학과 인간성으로 투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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