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호기롭게, 무지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같은 감정을 가지고 함께 일하다가 그 무지함의 기세에 질려서 표현 그대로 경악을 한 적이 있었다. 흔히 극단적 진보주의자들이 말하는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나 '무조건적인' 분배라는 개념은 말도 안된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분노가 섞인 판단을 하게된 계기가 되기도 하고, 냉철히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하니 독서와 같은 폭넓은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대한 아쉬운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학력을 불문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의 무지함은 감당하기 어려웠는데, 더 나쁜것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며 목소리가 크거나 남성들같은 경우 나이가 들면서 음주와 같은 나쁜 생활태도가 약간의 치매상태를 만들어놓았다는 증거를 여기저기서 발견하기도 하였던것 같다. 가끔 "무식하다고 우릴 천대하느냐" 하는 반항을 받아가면서도 책을 좀 읽으라는 압력을 부지런히 넣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나는 그렇게 말할려니 책을 안 읽을 수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루소는 열정적인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이런 저런 다양한 독학으로 일자리를 얻어내고 그러다보니 규범이나 규율, 심지어는 의무나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생애를 살게되었고, 사회계약론과 국민주권주의라는 당시의 권위로운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손한', 그러나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자유주의 사상을 확립해내기도 하였다.
어렸을때 사업에 실패한 부모를 따라서 강원도의 첩첩산골로 들어가서 살았다. 그 와중에 우리집에 찾아들어온 최후의 채권자는 [과학상식백과]라는 만화로된 어린이 과학전집을 판매한 월부책장사였다. 사업이 망해가는 분위기에도 비싼 전집류의 책을 들여놓은 부모들의 배짱도 지금 생각하니 대단했는데, 시골의 적막한 분위기속에서 형제들이 그 책을 누더기가 되도록 반복해서 읽으며 고등학교때까지 오랫동안 공부 안하고 성적을 거져 얻어냈던것 같다. 그런데 바로 옆집에 더욱 강자가 있었다. 현재 K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최모교수의 부친이었는데, 학력도 없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북한과 관련된 과거의 일때문에 매우 잦은 음주라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던 나의 부친을 아쉽게 한 기억이 난다.
어쨌던 최모교수의 집안은 그 부친의 독서를 통한 자녀교육으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잘나가는 회사원, 교사, 교수등으로 크게 성공해서 빛을 보았다. 나는 이것 저것 닥치는데로 읽는 편이었고, 네살 연상의 최모교수는 교과서를 누더기가 되도록 반복하는 성향이 있었는데, 나중에 인생 스타일까지 독서스타일과 같은 것을 보니 습관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37세였던 때에 루소는 자신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특이한 체험을 하였다. 1749년 10월 어느 따뜻한 가을 날에 그는 친구 디드로를 방문하기 위하여 파리에서 벵쎈느를 향하여 걷고 있었다. 그는 '메르뀌르 드 프랑스' 한 권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잡지에서 디죵 아카데미가 내건 다음과 같은 논문상 광고를 보았다. "과학과 예술의 발전은 습관을 타락시키는데에 더 기여하였는가 아니면 순화시키는데 더 기여하였는가?"
"내가 이 글을 읽었을 때에 내 안에서 어떤 영감이 즉시 솟아나왔다. 나는 마치 나의 정신이 갑작스럽게 수천 개의 눈부신 빛에 의해서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 중략 - 나는 가슴을 일으켜세웠다. 나는 걸어 가면서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로수 아래 주저 앉았다. 거기서 약 반 시간 동안이나 흥분한 상태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일어섰을때에야 비로소 나는 양복 조끼가 흘린 눈물로 축축히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 연세대 교육철학연구회편 [위대한 교육사상가들]중에서 -
지적인 깨달음의 희열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장면인듯 하다. 실제로 나 자신도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현실이 각박해서 느끼는 상대적인 감정이라고 속단해보기도 하였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읽을거리는 크게 유익하다는 생각은 다를바 없는듯 하다. 사회계약론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도주생활을 하기도 하고 사회적 불안심리에 시달렸던 루소지만 인류에게 상당히 유익한 사람이었던것만은 확실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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