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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4일 수요일

럭스비누향기

고2때 선물로 받은 럭스비누를 2년내내 썼다. 우리학교는 남녀공학이자 남녀합반이었다. 원래 실업계고등학교에 인문과가 한 반이있어서 남녀학생들이 3년내내 바뀌지 않고 함께 올라갔다.  나는 2년내내 럭스비누를 썼고, 여학생들은 나에게 항상 럭스비누향기가 난다고 했다. 어떤 여학생의 표현을 빌어 표현하자면, 봄이면 꽃의 향기로, 여름이면 신록의 향기로, 가을이면 낙엽의 향기로, 겨울이면 난로옆의 훈훈한 바람과 함께 럭스비누향기가 나의 상징이 되었던것 같다.

럭스비누가 얼마나 향기가 진했는지 육이오후에 지리산에서 빨치산토벌을 하던 국군이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럭스비누를 썼는데, 나중에 빨치산수기를보니 비누향기때문에 역추적을 받아서 거꾸로 기습당한 사례가 많았다.

똑같은 향기지만 상황에따라 사용하는 느낌이 다르다. 지금은 싱그러운 청춘의 럭스비누향기처럼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 어떤 상처받은 블러거의  "아이 귀엽고, 어른 드럽다."는 표현처럼 비누향기조차도 죽일상대를 찾아내는 도구처럼 사용되는 세상에서 살고있다. 

요즘은 럭스비누를 찾아도 없더니 얼마전 차를 몰고 지나가다 커피를 사려고 시골마트에 들렸는데, 뽀얗게 먼지를 묻힌 럭스비누가 있어 옛추억을 생각하며 몇개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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