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중원을 달려서 절대고수를 찾아 헤매거나 트로이카로 늑대 울음소리를 뚫고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는 상상을 국민 누구나가 하면 국가와 국민의 심층 의식 속에 영웅전설이 자리 잡을 만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은하계 영웅의 전설이 지리적 영웅의 전설을 대체할 때가 되었다. 하다못해 한국은 간따삐야(Kantapiya/한국인들만 알고 있는 외계의 별)라는 은하계에서 날아 온 어린 공룡 한 마리가 서울의 쌍문동으로 떨어져 한국 어린이들의 의식 세계에 은하계 영웅전설을 압도하는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넓은 영토로 인하여 영웅전설이 자리 잡기 좋은 국가다. 일본인도 주변 바다를 보며 바다 너머 신세계를 꿈꾸었을 것이다. 영국 또한 그런 시절을 겪고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한국의 하층민인 나도 영어 공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리학자 칼 융(Karl Gustav Jung 1875-1961)은 인간에게는 보편적 무의식이 있다고 한다. 배우지 않아도 유전적 의식을 통하여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직관이라고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일정한 지리적 조건에 사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동질적인 의식이 만들어져 유전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무척 작은 단위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여러 지역을 버스기사로 일해 보았는데, 가로의 형태나 주택의 밀집도, 구도심과 신도시의 차이 등이 시민들의 행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가장 심난했던 장면 하나를 이야기 하자면 버스 정류장의 간격이 짧은 서울의 어느 지역에 사는 중년 남자들 중에 걷지 못 할 정도로 발걸음이 무너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영토가 크다. 아직도 국민들의 의식 속에 ‘과거의 영웅전설’을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그런 의식에 동조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지구 외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과거의 지리적 조건에 기반 한 영웅전설이 적절치 않게 되었다. 경제적 영웅, 문학적 영웅, 문화적 영웅, 과학적 영웅 등 다양한 영웅들이 고전적 영웅들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래전에 도래 했다. 좀 더 실용적인 영웅들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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