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Blogger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상속받은 갈등

어느 날 서울의 이면 도로로 버스를 운행하고 있었다. 우회전 하면서 횡단보도를 좀 빠르게 지나쳤다. 서있던 중년의 남자가 버스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뭔가 알고 싶었던 나는 100미터쯤 지나서 버스를 세웠다. 예측대로 중년남자들은 제대로 뛰지도 못하면서 기어이 100미터를 쫒아와 젊고 경력이 짧아 보이는 버스기사(실상은 그 반대였다)를 상대로 훈계와 언어테러를 하였다. 나는 사과의 말과 함께 '지긋지긋한 꼰대들' 이라는 욕설도 부록으로 주고 버스운행을 재개했다. 다시 한 번 더 젊은 남자이고 싶었던 중년남자들의 공격성이 피 냄새를 맡은 좀비와 같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든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나약하다고 하지만 평화에 길들여진 바람직한 모습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년 이전의 세대들의 환경은 매우 각박했다. 특히 2차대전과 냉전의 영향을 받은 세계의 연장자들은 갈등과 고통이 지배하는 세상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미래의 행동지침을 얻는다. 때로는 교육과 독서, 여행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개혁의식이 없다면 지나간 경험을 꽤 오랫동안 미래로 가져간다.

 

더구나 냉전과 전쟁 등의 갈등적 환경에 많이 길들여진 구세대의 경험은 미래인류의 삶에 도움이 별로 안 될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 온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세사에 지나치게 시달리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에서 주동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내용이 1/3이상이었다. 또한 배우들의 70%가 폭력을 저지르면서도 어떤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로 묘사되는 인물 중 50%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고, 모든 폭력의 40%가 유머로 버무려진 채 희석되어 방영됐다.

 

폭력의 40%는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모델에 의해 저질러졌으며 폭력프로그램의 5%미만만이 반 폭력적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아이들이 이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되면, 폭력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며 고통스럽지 않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BUILDING MORAL INTELLIGENCE] by Michele Borba-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던 러시아의 구세대들, 모택동을 존경하는 중국의 구세대들, 서방세계에서 자주 발호하는 극우세력들의 갈등 지향적인 모습은 역사적인 상처들을 치유하지 못한 탓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