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 가족은 남북한의 분단문제로 가장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부모는 모두 북한이 고향이다. 학살극, 납북, 공작원등 분단 상황이 만들어낸 가혹한 환경을 종합적으로 겪은 과거가 있다.
나는 이런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 왔다. 가능한 한 나의 이익을 배제시키고 가능한 한 많은 학습과 연구를 통해 어떻게든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북한은 지리적 환경이라든가 국제관계의 역사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공동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근본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습관과 지력(知力)이다. 가끔 내 생각 속으로 현실적인 자아가 개입하여 어떤 이념에 의해 휘둘릴 것 같으면 열심히 책을 읽었다. 역사, 경제, 외교분야의 책을 계속 읽고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이 없으면 외서를 구해 읽으면서 사고를 좁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몇일 전 북한 외교관 출신 국회의원이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에서 다시 이념 논쟁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북한 외교관의 탈북, 북한의 난수 방송등의 연결고리를 주욱 관찰해 오고 있던 입장에서는 참으로 무익한 논쟁이라는 생각을 한다. 논쟁의 당사자들은 변하지 않았어도 세상은 변했다. 세상은 좀 더 나아질 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념적 사고는 방해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생각이 비뀐 사람도 있고, 아직 바뀌지 않은 생각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노이 회담때 한국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의 의사결정 방식이 top-down 방식이 아닌 것을 확인했던 것처럼 남북한 외교관들의 의사결정 방식이 상당히 관료주의적이고 이념적인 습성속에 있었던 것을 확인했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미국으로 외교관 초임발령을 받고서는 다른 발령지에 발령받은 외교관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일이 사과의 편지를 썼다는 이야기도 있고, 박수길 전 유엔대사가 유엔에서 북한 대사를 만나면 북한대사가 박수길 대사에게 무조건 욕을 하고 보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선진국민들이 흔히 생각하는 외교관의 자율성과는 달리 한반도의 이념과 정치가 외교관들의 생각과 행동을 많이 구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쉬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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