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때 몸도 아프고 부친문제로 1년여를 세상과 단절되어 지낸적이 있었다. 좋은 것도 먹지 못하고 뛰고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부친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는 병이 치료된 엇갈린 운명이 되었다. 부친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이유로 이념문제에 대해서 한 소리 하겠다고 잠재의식속에 결심을 꼭꼭 담고 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종교랑 랑데뷰하는 사건이 생겼다. 굉장히 훌륭한 성직자를 본 적도 있었고,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자를 본 적도 있었는데, 아마 내 마음속의 허전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의식이 맑아져 그쪽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디뎌놓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래 책을 좋아해서 다방면의 지식이 많았던 이유로 최대한 학리적(學理的)인 관점을 가지고 관찰하고 시험하며 분석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이념이나 종교와 인간의 심리관계를 파악하는데 영향을 준 소설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나르치스와 골드문트][크눌프]와 같은 작품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니코스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미칼레스대장][골육상잔][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같은 작품들이었다. 그런거 보면 어떤 종교에서 신자들을 외부의 교양서적과 완전히 단절시키려는 시도를 이해했다. 신자들이 아는 것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교세확장에 도움이 안될것이다.
이 세상에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는 실제로 초능력자들을 많이 보았던것 같다. 40년동안 지게차를 운전한 지게차의 달인, 모든 것을 상업적 마인드로 계산하여 그 분야의 귀재가 된 상인, 고시3관왕, 쪽집게학원강사, 천재시인, 힙합을 끝내주게 추는 청년, 하루 20시간 알바로 년봉 5천만원을 번 사람, 턱걸이 기네스북 기록자, 김연아 선수, 남극을 걸어서 횡단하는 사람, 그 중에 최고 나쁜 놈은 사이비교주인것 같다.
이들은 앉아서 남을 관찰하고 남을 움직이는 전문가다. 정신적인 허점을 보이면 치고 들어올줄 안다. 어차피 그 일만 한 숙련된 심리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숫한 능력이 없으면 말려들어가기 일쑤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꼭 사이비종교가 아니더라도 강하고 객관적인 의지가 없으면 구원을 위한 종교조차도 의타적이고 맹목적으로 기대는 상황이 생긴다. 한반도에서는 이념이 그 이상의 교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 이념과 종교로 풍비박산이 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각자가 숨어있는 자신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드러나지 않게 시민들의 의식을 지배할려는 심리전문가들을 엄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협동과 공리(共利)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가 더욱 발전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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