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는 왜 검사중에 속칭 끝발이 있었을까. 요즘 한국공안검사출신들의 권력에 대한 집착이나 실언(失言)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메카시즘의 잔상을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소용없게 된 시대에 들어서서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냉전 시절의 공안 검사는 이념의 정점에 있는 권력가였다. 이념이나 종교와 같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는 이념이나 종교를 직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자가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것들은 추상적이라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적용도구로서 사용되고 있었다. 마녀사냥이나 스탈린의 대규모 숙청, 메카시즘에서 보듯이 수틀리면 옭아맬 수 있는 '매우 나쁜 도구'가 됨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장교처럼 한국의 공안검사는 배후인물로서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습성은 꽤 오래갔다.
아주 젊고 패기 넘치던 시절에 종교집단으로부터 '능멸'을 당한적이 있다. 이미 종교애 몰입하여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같은 지인과 다수의 신자들이 성직자의 지시에 따라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 분노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념문제와 맞닥뜨릴려면 이 상황이 맷집을 키우는 좋은 훈련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6개월을 참여했는데, 실제로 많이 유익했다. 이후 대단히 이념적이고 종교적인 정치지도자시절에 호사를 누렸다. 이념이나 종교는 상상하는데로 그림을 그리면 수많은 적과 동지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암상(暗想)을 떠는 좋은 도구가 됨을 여러번 입증해보았다.
한반도의 정치적문제의 근본은 그거였다. 정치 뒤의 정치를 장악할 수 있는 정치가가 없었던듯 하다. 오히려 야합하거나 종속되어 좋은 상황도 뭉개버리기 바빴으며 때로는 주체사상처럼 스스로 만들어놓고 종속당하는 괴이한 짓도 멈추지 않았던듯 하다. 항상 그래왔지만 내 자신이 물려들어간 한국의 지난 10여년을 회고해보면 주어진 일은 하지 않고 정치적 그림을 그리기 바쁜 정치판을 보면서 굉장한 문제가 있으며 더 큰 문제가 다가옴을 느꼈고 실제로 그 거대한 문제가 다가왔다. 이전 정부가 끝나면서 이런 정부가 한 차례 더 반복되면 한국의 국운은 내리막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차례 더 반복되었다.
우파정부라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 뒤에 작용하는 것들이 지나치다. 대통령이 정치를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그것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사익(私益)이 공익을 구축(毆逐)하면서 상황을 충분히 이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에 바빴다. 이 번 기회에 이전 정부서부터 숨은 그 놈을 찾는데 전력을 다 해야 한국의 미래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