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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일 금요일

보이지 않는 재난 / 도덕지능


오래전 일터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일을 겪은적이 있다. 일이 힘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이 자주 바뀐다는 이야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원래 우리사회의 직장문화는 일을 오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구성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로 진행되어가기 때문에 놓칠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던것 같다. 

오랫동안 일을 하여서 중요한 구성원으로 대접받는 연배가 있는 보스격의 인물에게서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된것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육은 많이 받았으나 과거 우리사회의 '바람직하지 못한'경험중의 하나인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정신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표본으로 보였다. 이념적이고 권위적인 정치문화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어렵지 않은 가정에서 거침없는 성장과정을 겪었으며, 혹독한 군대생황을 오랫동안 하였다는 일대기는 훗날 알게 되었기에 당장 인식되는 행태를 살피는데 어떤 편견도 개입하지 않았다.

어려운 시간을 많이 겪어보았지만 진짜 어려운 일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무지와 불통과 권위의식으로 불안한 일터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인물에게 혈기왕성했던 시절이라 참지 못하고 반기를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욕이란 욕은 다 먹었는데, 급기야 자신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는 덜떨어진 영웅심리가 담긴 말에 발끈하여 한마디 간략하게 중얼거렸다. "사람이 되다 만 짐승이군"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감수성(?)이 있는 인물이라서 하루종일 정치인들에 대한 욕을 멈추지 않았는데, 이념적이거나 권위적인 정치문화가 낳은 또 하나의 정신적인 괴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피선거권을 갖게 된다면 저런 이가 찍은 표를 어찌 소중한 한표라고 덥썩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대체로 성장기에 형성되지 못한 도덕지능은 장기적으로 폐해를 가져오는데, 보이지 않는 문제이며 보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특히 한반도의 교육문화는 '이념'이란 정신문화가 구성원들의 도덕적 감수성을 대체해 왔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없는 북한사회나 도덕적 진통을 겪으면서도 어렵게 발전해 나가는 한국사회에 시차(時次)가 있는 고민을 던져주고 있는것 같다.

두 해 전 여름, 나는  핀란드 교육부 초청으로 헬싱키에서 교사 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과 핀란드의 차이에 대해 양국의 교육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내용은 그곳에서 나눴던 대화의 일부분이다.

몇몇 핀란드 선생님들이 교환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강의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자국의 아이들이 핀란드에서 사는 것을 얼마나 안전하게 생각하는지 말해주었다고 한다. 미국의 선생님들이 자신의 국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어른들은 두려운 존재라고 배운다면 과연 어른을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어른을 존경해요. 어른을 믿으니까요." 그들이 말하려는 핵심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친구를 믿지 말라고 아이에게 주의를 줌으로써, 친절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의심많은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  미셸 보바 [도덕지능]중에서 -  

그때 겪은 경험으로는 작은 집단에서 분란이 멈추지 않았는데, 인식이 넓혀진 훗날에도 국가와 사회가 분란이 멈추지 않음을 볼 수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도덕적으로 훌륭하거나 지혜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적어도 평생 개인과 사회가 다함께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다.

- 존 몰린 Jon Mol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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