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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1일 월요일

낭만을 위하여

계엄 선포 사건 이후에 이상적인 민주 사회에 대한 큰 벽을 느꼈던 상처는 참으로 오래갔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잠재적인 계엄 사건의 동조자로서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편으로는 얼마전에 잠깐 다녀왔던 신도시의 버스 시스템에 대하여 경악할 사건을 보았다. 버스 기사와 승객들의 안전과 인간 존중이라는 위대한 목적은 간데 없고, 오직 기계적 능률을 위하여 정신없이 10톤 이상의 차량을 마구잡이로 내쏘는 신도시의 분위기에 놀랐다. 한 편으로는 구도심에서 버스 운전을 하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나의 성장기에 시골 생활이 많았고, 학교 합창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시련기에는 그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요즘도 내가 다녔던 학교를 가보고 마음을 추스리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다시 노래나 악기를 취미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문제로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간성을 갖추고 살자고 하는데, 계속 내 논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한다. 기분은 나쁘지만 어쨌든 토론을 정리하였다. 감정이 없어지는 인간은 악할 수 있다는 명제로 토론을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히틀러는 화가였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한국의 [하숙생]이라는 노래를 좋아하였다. 그리고 의식주가 풍족하지 못한 황량한 사막이 고향인 중동 사람들은 오늘도 열심히 전쟁중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백학]이라는 민요를 통하여 전쟁터에서 사라진 수많은 젊은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면서도 항상 젊은이들을 전쟁터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감수성의 마모와 인간성 교육


토론 정리 노트 (가제)


이형춘 · 독립 칼럼니스트   |   2026. 9. 22.


표기: [확립] 저자가 아는 범위에서 널리 인정되는 사실, [추론] 논증에 의한 주장, [경험] 저자의 관찰과 체험. 이 노트는 토론의 정리이며 완성된 칼럼이 아니다.


1. 출발 질문: 감정이 없으면 인간은 악해지는가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인간은 악해지기보다 선악을 가르는 동기 자체를 잃는다. 전전두엽 손상으로 감정 신호가 끊긴 환자들은 지능이 멀쩡한데도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했다(다마지오). [확립] 정신병질자도 감정이 전무한 것이 아니라 공포, 공감, 죄책감 같은 특정 정서가 약한 경우이며, 대다수가 폭력범죄자도 아니다. [확립]


반대로 역사상 대규모 악의 원료는 대개 감정이었다. 증오, 공포, 원한, 내집단에 대한 열정이다. 아렌트가 아이히만에게서 본 것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사유의 결여였다. [확립] 악은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고통을 주려는 적극적 악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도구적 무관심,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에 의한 악이다. 진짜 위험은 감정의 유무가 아니라 공감이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데 있다. 우리 편에게는 과잉으로, 저쪽 편에게는 꺼진 채로 작동하는 공감이 대규모 악을 만든다. [추론]


2. 권력자 사례와 ‘직업적 세계관’ 가설


정보기관 출신의 한 지도자와 검사 출신의 한 전직 지도자를 두고, 긴 직업 이력이 전쟁이나 위기 조성에 대한 둔감함을 낳았다는 가설을 검토했다. 이력을 정신적 파탄으로 진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책임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검사 출신 전직 지도자는 보도에 따르면 1심에서, 자신의 권력 유지 수단을 정당화할 명분을 만들려고 적대 세력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취지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항소심과 확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논리는 정신 붕괴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도구적 계산에 가깝다. 다른 한 사람의 강한 원한과 굴욕의 서사도 감정이 없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추론]


대안으로 ‘직업적 세계관’ 가설을 세웠다. 정보기관과 검찰은 폐쇄적이고 위계적이며 상대를 잠재적 적으로 전제하고 의심을 제도화한 조직이라, 오래 일하면 세계를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틀이 몸에 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선택 편향(같은 이력의 대다수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과 반례(그런 이력이 없는 호전적 지도자도 있다)가 있다. 제3자의 시각을 지키려면 두 사람이 아니라 이력이 다른 지도자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가설이 틀렸다고 판명될 반증 조건을 미리 밝혀야 한다. [추론]


무딤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직업이 무디게 만드는 습관화(반두라의 도덕적 이탈), 이미 무딘 사람이 그 직업에 모이는 선별, 권력이 공감을 줄이는 효과(켈트너, 오언), 주변 환경에 대한 동조, 만성 압력이 겹친다. 이를 감수성의 사회적 마모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묶고 각 요인을 마모의 경로로 배치할 수 있다. 다만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직업 순환, 선별 검증, 권력 견제). [추론]


3. 환경과 사회적 징후: 접촉 구조와 개입 의지


저자는 버스 기사로서 서울 구도심 노선과 신도시 노선의 승객을 오래 관찰했다. 구도심 승객은 정도 많고 불평도 많아 감정 표현이 풍부했고, 신도시 승객은 간결하고 단순하며 메말라 보였다. 같은 연령대의 젊은이를 비교해도 구도심 젊은이는 부당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항의한 반면 신도시 젊은이는 슬그머니 피해 갔고, 구도심의 항의는 정의를 위한 태도로 보였다. [경험]


이 관찰은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관찰된 것은 감수성 자체가 아니라 감정의 표현성과 개입 행동이다. 연령 구성, 소득, 거주 기간, 익명성, 신도시의 입시 압력이라는 교란 요인이 남고, 회피는 보복 위험이 큰 익명 사회에서의 합리적 계산일 수도 있으며, 구도심의 다정함은 아는 사람 앞의 체면일 수도 있다. 관찰자의 확증 편향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의 사례는 모두 한쪽 방향이므로 반례를 찾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추론]


그럼에도 이 관찰은 확립된 개념과 이어진다. 이웃 사이의 응집력과 공동의 질서를 위해 나서겠다는 기대, 즉 집합적 효능감이 강한 동네일수록 폭력이 낮다는 연구가 있고(샘슨 외), 방관자 효과 연구는 사람이 많고 익명일수록 개입이 줄어든다고 보고한다(달리와 라타네). [확립] 짐멜은 대도시의 자극 과잉이 냉담과 이지적 태도를 낳는다고 보았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은 도시 규모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와 우연한 접촉의 구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격자 도로나 콘크리트 자체가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고, 공간이 접촉을 어떻게 설계하는가로 바꾸어 말하는 편이 방어된다. 한편 정(情) 문화에는 텃세, 간섭, 동조 압력이라는 그늘이 있고 익명성에는 자유와 사생활이라는 가치가 있다. 다정함이 곧 도덕적 우월은 아니며 온기가 미치는 범위가 관건이다. [추론]


4. 인간성의 잠정 정의


인간성을 세 겹으로 정의해 본다.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감수성, 부당함 앞에서 나서는 개입 의지, 공감이 내집단을 넘어 확장되는 범위이다. 이 정의는 잠정 초안이며 저자의 확정이 필요하다. 또한 인간성을 본래 있어서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볼지(성선설적 전제),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볼지(순자)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감수성만 높이면 내집단 편향이 커질 수 있으므로(블룸) 범위의 확장이 함께 필요하다. [추론]


5. 처방: 마음의 고향과 자율성이 보장된 예체능


저자는 성장기의 시골 생활과 합창부 경험이 훗날 시련 속에서 마음의 고향, 즉 회복 자원이 되었다고 증언한다. [경험] 이것은 예술이 사람을 도덕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이 아니라, 압력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지키게 하는 저장고가 된다는 주장이다. 자연 접촉이 스트레스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울리히, 카플란)와 통한다. [확립] 다만 이 경험은 시골과 합창이 함께 있어 효과의 원천을 분리할 수 없고, 회상은 미화되기 쉽다. [추론]


예술이 인간을 선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엇갈린다. 교양 있는 사회가 야만을 막지 못했다는 슈타이너의 지적이 있고, 문학 독서가 마음 이해를 높인다는 유명한 연구는 재현에 논란이 있으며(키드와 카스타노, 파네로 외), 미술관 방문이나 합주가 관용과 공감을 높였다는 긍정적 연구도 있다(그린 외, 라비노위치 외). [확립: 증거가 엇갈림] 예체능은 동원에도 쓰인다. 국가가 목적과 내용을 정한 집단체조와 국가 체육은 동원형이고, 발트 3국의 합창 혁명이나 체코의 록밴드는 저항에 쓰였다. 같은 형식이 통제와 저항 양쪽에 쓰인 것이다. 또 불만을 해소해 체제를 유지시키는 안전밸브 기능은 개입 의지를 빼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추론]


따라서 기준은 도구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누가 목적과 내용을 정하고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이다. 모내기 노동요는 능률을 높이려는 도구적 목적이 분명했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고르고 바꾸었고 성과도 공동체의 몫이었으며 풍자와 불평도 실렸다. 반면 국가나 시장, 입시가 목적과 내용을 정하는 예체능은 자율성이 낮아진다. 동원의 주체는 국가만이 아니라 시장(연습생 제도, 입시 예체능)이기도 하다. 결정적 변수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참여자의 자율성이다. 유신 시대의 금지곡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창작이 막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론]


결론적으로 처방은 예체능을 늘리자가 아니라, 자율성이 보장된 예체능을 삶에서 분리하지 않고 늘리자는 것이다. 근대 학교가 예체능을 과목으로 떼어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예술을 통해서도 인간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이 논지는 플라톤이 음악과 체육을 교육의 두 축으로 삼은 전통, 공자와 순자의 예악 전통, 실러의 미적 교육론 위에 서 있으며, 이들이 검열이나 위계 유지에도 쓰였다는 경고를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추론]


6. 시대 전망: AI 시대와 인간성


AI가 인지 노동을 대체하면 인간성의 상대적 가치가 오를 개연성이 있다는 조건부 전망은 가능하나, “그런 시대가 온다”는 단정은 어렵다. 체스는 기계가 인간을 앞선 뒤에도 사람이 직접 겨루는 가치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인간성이 중요해지는 것과 시장이 보상하는 것은 다르다(돌봄 노동의 저평가). 또 AI는 공감을 흉내 낼 수 있어(챗봇 답변이 의사 답변보다 공감적이라고 평가된 연구) 공감이라는 기능이 아니라 진정성과 책임성에서 인간의 고유성을 찾아야 하며, 맞춤형 콘텐츠의 수동적 소비가 오히려 접촉을 줄일 수도 있다. [추론]


그러므로 ‘조건’ 층위, 즉 감독하고 책임질 사람의 감수성이 사회 존속의 조건이라는 주장은 규범적으로 강하게 세우고, ‘보상’ 층위는 예측이 아니라 제도적 요구, 즉 인간성을 기르고 지키는 일(교육, 돌봄, 예술 활동)을 사회가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로 바꾼다. 예체능의 목적은 경쟁력이 아니라 인간성이어야 한다. AI를 둘러싼 논의의 본격적 전개는 후속 칼럼으로 남긴다. [추론]


7. 남은 과제

  1. 예체능이 다시 입시에 흡수되지 않도록 할 평가 구조(성적과 서열에서 분리된 비평가 과목 등)의 구체안.

  2. 도시에서 노동요의 기능, 즉 삶과 분리되지 않은 공동의 예술을 대신할 수 있는 것.

  3. 인간성 정의의 확정과, 성선설적 전제와 순자적 전제 사이의 선택.

  4. 예체능이 감수성을 높인다는 증거가 엇갈린다는 점의 처리 방식.

  5. 직업적 세계관 가설의 반증 조건과, 이력이 다른 지도자들에게의 동일한 적용.

  6. 버스 관찰 사례의 교란 요인 명시와 반례 탐색.


참고문헌

서지 사항은 정리 과정에서 AI(Claude)의 지식에 의존해 작성했으므로, 발표나 인용 전에 원문과 대조하기를 권한다. 1심 판단에 관한 2026년 6월의 언론 보도는 표제에 인명이 포함되어 있어 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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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9일 토요일

갈까 말까 망설이는 나는 못난이 / 호루무즈 파병

한국군의 호루무즈 파병에 관해서는 인공지능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약은 간단했다. 원칙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함이 가장 이익도 없고 손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옳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북한이 러시아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한국군의 파병문제에 대하여 감정이 매우 격앙되었다. 인공지능은 나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내 논리를 조목 조목 반박하였다.


가끔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옳고 그른 것을 알고 그것 때문에 화가 나는데, 인공지능은 그것이 없으니 너는 나보다 못하다고 인공지능에게 말하곤 한다.그런데 세상이 인정하듯이 인공지능은 점점 영리해지는걸 느낀다. 한편으로는 한국형 인공지능이 필요함을 느끼기도 한다. 뭔가 미국 인공지능에게 말하면 안될 것이 있을 것 같은 인간 고유의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호르무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원칙이다

허가 없는 자유 통항이라는 정상성, 그리고 독자적 파병 결정


이형춘 · 독립 칼럼니스트  |  2026년 9월 20일


1. 두 개의 종속


“we will remember.”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들에 이렇게 경고했습니다.[1] 9월 4일에는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의 자원 전개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2] 그리고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분쟁 개입으로 이어질 파병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3] 지난 여섯 달 동안 한국은 마치 두 가지 답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요구에 응하거나, 요구를 이유로 거부하거나.


필자는 둘 다 종속이라고 봅니다. 요구에 굴복하는 파병이 종속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도 종속입니다. 상대의 의도가 결정의 변수가 되는 순간, 답이 찬성이든 반대이든 기준점은 워싱턴에 있습니다. 필자는 이 잣대를 모든 당사자에게 똑같이 적용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이란의 봉쇄도, 이스라엘의 계산도 묻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 행위가 정상을 깨뜨리는가.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필자는 평온하게 돌아가던 세상에 미국이 돌을 던졌고, 그 돌을 던지게 한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는 필자의 당시 인상이지 확립된 사실이 아닙니다. 또한 전쟁 이전이 완전한 평온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누가 먼저 돌을 던졌든 필자의 출발점은 분명합니다. 그 파문이 한국에까지 밀려와서는 안 됩니다.


2. 정상성의 기준은 ‘허가 없는 통항’입니다


바다의 자유는 근대 국제법의 오래된 자연법적 전통입니다. 그로티우스는 1609년 『자유해론(Mare Liberum)』에서 바다는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으며 모든 나라의 통행에 열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4] 이 전통은 오늘날 유엔해양법협약에 공해의 자유(제87조)와 국제 해협의 통과통항권(제38조, 제44조)으로 성문화되어 있습니다.[5]


정확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호르무즈는 공해가 아니라 연안국의 영해가 겹치는 해협입니다. 그래서 적용되는 것은 공해의 자유가 아니라 통과통항 제도이고, 연안국은 통과통항을 방해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습니다.[5] 이란은 협약에 서명했으나 비준하지 않았으며, 비당사국 선박에는 1958년 영해협약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7] 한국은 1996년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입니다.[5,6] 이 논쟁에서 필자가 서 있는 곳은 이란의 편도, 미국의 편도 아닌 규범의 편입니다. 정상이란 이란의 허가를 받은 통항이 아니라 허가가 필요 없는 통항입니다.


3. 그러나 한국은 이미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실은 이 원칙과 다릅니다. 2월 말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에서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은 26척이었습니다.[10] 4월 4일에는 HMM 나무호가 미상 비행체에 피격된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확인되었습니다.[8] 5월에는 한국 유조선이 이란과의 협의를 거쳐 이란이 제시한 항로를 따라 처음 해협을 빠져나왔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모든 선박이 자유로운 통행을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9] 6월 26일까지 26척 중 21척이 돌아왔고 5척이 남았습니다.[10] 8월 31일에는 장금상선이 운영하는 유조선이 오만 해안 근처에서 피격되었으며, 한국인 선원은 없었습니다.[11] 9월에도 유조선 피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13]


선원의 목숨과 화물을 구하는 일이 먼저이므로 이 협의는 실용적으로 정당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허가와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통한 통항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허가제가 선례가 됩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두 항로 모두를 자국 영해 안에 두겠다고 요구하고 선박당 고액의 ‘서비스 요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12] 이 보도는 한 매체에 기댄 것이어서 확인이 필요하지만, 사실이라면 문제는 호르무즈 한 곳에 그치지 않습니다. 수출입을 바다에 의존하는 한국은 허가제가 다른 해협으로 번지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4. 원칙에 맞는 파병의 설계


원칙을 결정의 근거로 삼는다면 파병도 원칙에 맞는 형태여야 합니다. 원칙의 이름으로 강제력을 휘두르는 순간 그 원칙은 스스로 무너집니다. 통항권은 강제 집행의 면허가 아닙니다. 1949년 코르푸 해협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영국 군함의 통항권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뒤 영국이 알바니아 영해에서 단독으로 벌인 소해 작전은 알바니아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14] 필자는 다음 조건을 제안합니다.

  1. 임무: 상선 호위 등 방어적 임무에 한정합니다.

  2. 지휘: 한국군이 단독으로 지휘하며 미국 주도의 연합작전에 편입되지 않습니다.

  3. 절차: 헌법 제60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습니다.

  4. 통보와 동의: 이란에 사전 통보하고, 해협을 접한 오만 등 연안국의 동의를 구합니다.

  5. 불가·종료 조건: 파견이 자유 통항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거나 한국 선박의 위험을 오히려 높이는 경우에는 파견하지 않고, 조건이 해소되면 철수합니다.


이 설계는 헌법과도 맞물립니다. 헌법 제5조 제1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합니다.[15] 임무가 방어에 한정될 때에만 이 조항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또한 2004년 이라크 파병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파병 결정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습니다.[16] 사법부가 막아 주지 않는다면 판단의 책임은 국회와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국회 동의 절차가 더욱 중요합니다.


5. 예상되는 세 가지 반론


첫째는 무임승차라는 비판입니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확보한 항로의 혜택을 보면서 자기 몫은 내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원칙에 따른 파병은 한국이 자기 몫을 스스로 정해 지겠다는 것이므로 이 비판에 대한 답이 됩니다.


둘째는 선택적 적용이라는 비판입니다. 이 원칙은 호르무즈에서만 유효하지 않습니다. 대만해협에서도, 남중국해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칙은 모든 해협에 함정을 보내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모든 해협에서 같은 말을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잣대는 중국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2016년 남중국해 중재재판소는 중국이 구단선 안의 해역에서 협약이 허용한 범위를 넘는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중국은 절차에 참여하지도 결과를 수용하지도 않았습니다.[18] 통항을 제한하는 행위, 그리고 경제적 압박으로 상대의 결정을 강요하는 행위는 상대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같은 잣대로 물어야 합니다. 2017년 사드 배치 때 중국이 한국에 가한 관광·자동차·유통 분야의 경제 보복이 그 선례이며,[19] 이 말을 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이 그 경험을 독자적 입지를 다지는 자산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지만, 이는 필자의 추론입니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원칙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셋째는 대가의 포기입니다. 미국의 요구를 지렛대로 삼아 얻어낼 수 있는 반대급부를 한국은 포기하게 됩니다. 필자는 이 비용을 알고도 명분을 택합니다. 명분과 실리가 부딪힐 때 명분을 택했다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6. 기다림은 전략이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자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존슨 대통령이 1968년 재선을 포기했어도 베트남전은 1973년까지 이어졌고, 닉슨 행정부는 1971년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시켰습니다. 닉슨 독트린이 동맹국에 더 큰 방위 부담을 요구한 결과였습니다.[17] 지도자가 바뀌어도 동맹의 청구서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동맹국에 대한 분담 요구가 특정 지도자의 기분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추론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비용은 한국이 치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까지 남아 있습니다.


7. 말할 근거를 좁히는 결정


원칙에 따른 독자 결정이 모든 비판을 잠재운다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란은 여전히 자국의 조건을 주장할 것이고, 미국은 한국이 자신들의 요청에 응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국내에는 반대도 남을 것입니다. 다만 이 결정은 세 방향에 분명한 답을 줍니다. 미국에는 이것이 굴복이 아니라 한국이 공표한 기준에 따른 결정이라는 것을, 이란에는 한국이 문제 삼는 것이 이란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허가제라는 관행이라는 것을, 국민에게는 결정의 기준과 조건이 공개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중잣대라는 비난에 가장 덜 취약한 결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새로운 이익이 아니라 원래의 정상입니다. 그 정상을 이란의 허가로도, 미국의 요구로도 정의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주권적인 선택입니다.


필자 주(사실·추론 구분): 이스라엘의 역할과 전쟁 이전의 세계에 관한 서술, 동맹국 분담 요구가 구조적 흐름이라는 진단, 사드 보복의 경험이 한국의 독자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필자의 인상 또는 추론입니다. 이란의 통행료 관련 내용은 단일 매체 보도에 기댄 미확인 정보입니다. 참고문헌 [1]은 기사 본문 열람이 제한되어 표제를 근거로 했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코르푸 해협 판결·헌법 조문의 세부는 인용 전에 원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1] CNBC, “‘We will remember’: Trump warns countries to help secure Strait of Hormuz as shipping stalls,” 2026.3.16. https://www.cnbc.com/2026/03/16/trump-demands-allies-secure-strait-of-hormuz-oil-iran.html

[2] 주간경향, “미 ‘한국 호르무즈 파병 여전히 기다리는중’…결단 압박,” 2026.9.5.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9051031001/

[3] Al Jazeera, “South Korea says US-North Korea talks possible, rules out Hormuz deployment,” 2026.9.18. https://www.aljazeera.com/news/2026/9/18/south-korea-says-us-north-korea-talks-possible-rules-out-hormuz-deployment

[4] Hugo Grotius, Mare Liberum (1609).

[5]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1982) 제38조, 제44조, 제87조. 국문·영문 전문: https://www.korea.kr/archive/expDocView.do?docId=28380

[6] 한국일보, “유엔해양법 내달 발효,” 1996.1.31.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199601310069668602

[7] Nilufer Oral, “Transit Passage Rights in the Strait of Hormuz and Iran’s Threats to Block the Passage of Oil Tankers,” ASIL Insights 16(16), 2012. https://www.asil.org/insights/volume/16/issue/16/transit-passage-rights-strait-hormuz-and-iran%E2%80%99s-threats-block-passage

[8] 디지털타임스, “발묶인 한국 배 26척 언제까지…피격 이어 해방프로젝트 재개 검토, 불안감 가중,” 2026. https://www.dt.co.kr/article/12061937

[9] 뉴데일리, “호르무즈 갇힌 韓 유조선 첫 통항 개시 … 26척 억류 사태 돌파구 열리나,” 2026.5.20.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6/05/20/2026052000217.html

[10] 서울신문, “‘5척 남았다’ 한국 선박 8척 호르무즈 해협 추가 통과,” 2026.6.26.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6/06/26/20260626500053

[11] 서울신문, “충돌 거세진 호르무즈… 韓 장금상선 유조선 피격,” 2026.9.3.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6/09/03/20260903012007

[12] Tech Times, “Iran Demands Control Over Both Strait of Hormuz Lanes, Rejects Oman’s Voluntary-Fee Plan,” 2026.7.28. (단일 매체 보도, 미확인) https://www.techtimes.com/articles/321913/20260728/iran-demands-control-over-both-strait-hormuz-lanes-rejects-omans-voluntary-fee-plan.htm

[13]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onflict With Iran,” Global Conflict Tracker (2026.9 기준). https://www.cfr.org/global-conflict-tracker/conflict/confrontation-between-united-states-and-iran

[14]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Corfu Channel (United Kingdom v. Albania), Judgment (Merits), 9 April 1949, ICJ Reports 1949, p. 4. https://www.icj-cij.org/case/1

[15] 대한민국헌법 제5조 제1항, 제60조 제2항.

[16] 헌법재판소 2003헌마255·256(병합) 결정(이라크 파병 헌법소원 각하); 한국일보, “‘이라크 파병은 통치행위 사법적 판단대상 안된다’,” 2004.4.30.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0404300041765781

[17] CSIS, “The Meaning of U.S. Troop Withdrawals from Korea.” https://www.csis.org/analysis/meaning-us-troop-withdrawals-korea

[18]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In the Matter of the South China Sea Arbitration (Philippines v. China), PCA Case No. 2013-19, Award of 12 July 2016. https://docs.pca-cpa.org/2016/07/PH-CN-20160712-Award.pdf

[19] Troy Stangarone, “South Korean Losses from China’s THAAD Retaliation Continue to Grow,”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2018.1.16. https://keia.org/analysis/south-korean-losses-from-chinas-thaad-retaliation-continue-to-g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