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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화요일

정치인의 내적 안정감 / 러시아

오래전 어느 대통령 시절에 이념의 중립성과 생산성을 논하다가 수천만의 개념적 상대와 대립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정보기관, 그리고 대통령이 맹신했던 종교집단에까지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길을 알리기 위해 무척 바빴다. 나는 그 길이 국민통합과 남북협력에 관한 길이라면 내가 가진 시간과 능력의 모든 것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같은 길을 가는데 내 자신의 내적 안정감이 무척 필요했다. 그래서 사격연습과 스케이팅등의 운동을 하면서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채식 위주의 생활도 꽤 오래 했다.

 

가끔 정치인들이 쇼맨쉽을 발휘해서 힘차고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면 나는 큰일났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의 혈기는 판단력을 흐릴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대부]의 마지막 편에서 주인공 돈 콜리오네는 적을 미워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치인이 권력을 잡고 나서 전임자를 미워하는 말을 너무 한다거나 이념적인 태도를 취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다.

 

아데나워의 내적 안정감은 분석보다는 믿음으로부터 유래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고, 처칠이나 드골처럼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색하면서 유배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조국의 격변을 겪으면서 배웠고, 자신이 살던 시기의 추세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의 직관력이 있었다. 아울러 동시대인들의 심리, 특히 그들의 약점을 궤뚫어 보듯이 이해했다. 일찍이 아데나워가 1950년대 독일의 강력한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한 것이 기억난다. 이에 대해 내가 상당히 열정적이었던 인사 한 명을 언급하자, 아데나워는 단호하게 말했다. “혈기가 넘치는 것과 강력함을 절대로 혼동하지 마세요.”

 

-[DIPLOMACY] BY HENRY KISSINGER -


몇 일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한국정부에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알려왔다. 푸틴 대통령은 원래 한국에 호의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금방 내가 언급한 정치인의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보기관 출신답게 냉철한 계산도 할 줄 알 것이다. 얄팍한 기분으로 상대할 인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몇 차레 언급했지만 러시아의 고립된 지정학적, 정치적, 경제적인 위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동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 편으로는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한국이 협력하여 러시아가 동쪽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열어주기를기대하고 있다. 시베리아개발, 러시아의 자원, 북한의 자원, 유럽으로의 철도연결, 북한의 노동력등 한국이 가져갈 것도 많다.


https://hyeong-chun.blogspot.com/search?q=%EB%9F%AC%EC%8B%9C%EC%95%84


한 편으로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킬 마음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쪽으로의 활동계획이 있으면 서쪽으로의 힘의 배분이 부족하다는 명분도 생길 것이다. 한 편으로는 남성적인 의리심을 보이는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실용적이고 평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사실이고 한국은 대 러시아 문제를 진영논리를 벗어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몇 일전 지혜로운 친구가 인간은 원래 악(evil)한가 아니면 선(good)한가 하는 질문을 나에게 하였다. 내 생각은 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진짜 선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노력하는 선은 이성이 필요하고 감정적인 선보다 변하지 않아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데나워의 생각처럼 러시아와 한국은 혈기를 누르고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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