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지성적인 빈부격차가 극심해진다. 생각하는 젊음의 습관이 고운 노년을 만들기도 하고, 나이에서 오는 정신적, 신체적인 쇠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욕망으로 들뛰면서 늙어가기도 한다. 중장년 시기가 오면 갈림길에 서게 된다.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는 적대감의 습관이 뿌리 깊은 구세대의 생각보다 결실의 혜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젊은 생각이 필요해 보인다. 신세대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시대는 남북한에게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사실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7.4남북 공동성명을 비롯하여 남북협력관계와 통일문제에 힘을 썼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가지 학리적인 해석보다 할 수 있다는 젊은 자신감으로 설명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
학창시절 읽던 예의 주간 잡지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경향신문 기자의 회고록을 보았는데, 대통령은 항상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72년을 기점으로 그 젊은 생각이 서서히 끝을 본 것으로 생각된다. 말년에 비서실장에게 “임자는 얼마나 해 먹었어?”라고 묻고 비서실장이 자신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하자 요즘 안 해 먹은 놈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노쇄한 정신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군사 쿠데타 시기의 이상과 개혁의지는 나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떠난 것이다.
장기집권은 그 문제의 연대기를 명확히 해설해 준다. 일본은 특정 정치적 성향(극우에 가까운 보수)의 장기집권으로 발전이 멈췄다. 중국은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어서 아마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러시아는 지도자의 노화에서 오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잘 극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피드백이 인정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대기의 색체가 뚜렷하지는 않아 보인다.
나이는 현명함과 진부함이 함께 담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사실 미래를 위하여 한국 정치인들의 생각이 여러모로 보수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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