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낮익은 분이 있어서 인사를 드렸다. 만난적은 없고 신동아나 월간조선같은 잡지에서 서울시의 교통관련요직에서 일하시던 J선생에 관한 기사가 나왔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말단 관료부터 시작하여 독서를 통한 실무능력을 키우고 공식적인 대학졸업은 60대에 하신 분이었다. 이력도 관료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에게 귀감이 될듯하고, 나도 마음이 많이 끌려서 잡지기사의 사진을 꽤 오랫동안 기억에 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성함도 꽤 특이하신듯 하다. 당시 그분은 얼굴이 안 알려져 있는 사정에 아는 척을 하는 이가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가워하기도 하셨던것 같다.
나중에 그 분에 관한 여러가지 사정을 알아보고, 내가 배우고자 하는 기본적인 현장을 가까이 하는 실무형 인간의 전형적인 실무형관료인점, 내가 무척 싫어했던 비실무적 집권자의 유일한 실무적 업적을 이루도록 도와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좋은 분은 그저 좋은 분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그 분 관련 기사를 자주 반복해서 보는 편이다.
이상하게 현장실무와 관련된 접촉을 하는 정치가나 고위관료들은 유능하고 사명감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반하여 진보적인 성향, 즉 좌파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오해도 받게 만들기 쉬운 사회가 한국사회인듯 하다. 내가 좋아하는 실무형 정치지도자가 호치민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가 한국사회이기도 하다.실무형지도자나 민족주의자같은 이념중립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공산주의자라는 이념적인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로뛰며 민생(民生)을 함께 느끼지 않는 지도자는 통찰력을 가질 수 없다는 관점만으로 호치민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정당한 이념이 아니라는 내 관점으로는 좋지 않은 지도자이기도 하다. 호세 무히카처럼 조금 더 우회전 하면서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능력을 검증받은 이도 있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한 사실이다. 이념이 중요한게 아니라 민생의 현장이 중요한 것같다.
파킨슨의 법칙때문인지 관료조직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커지는 성향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경찰이나 소방조직같은 현장업무를 중시하는 관료조직조차도 단순하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관료조직내의 관리자만 비대화돠는 이상한 성향이 있는것 같다. 경찰조직에서는 간부계급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계급은 간부인데 현장업무를 하는 일도 있고, 소방조직은 관리자만 많아지고 현장업무를 할 인원은 항상 부족하다고 한다. 한국사회자체가 실무형 인간을 천시하는 전통적인 습성을 가졌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바 있지만 사회의 효율성면에서 따지면 아주 나쁜 현상인듯 하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저항적인 심정으로 가장 소홀히 대접받는 민생의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그 와중에 어떤 무지(無知)스러운 인간도 관리자가 되고 싶어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사회가 아직도 지배와 피지배관계 또는 권력관계같은 비효율적인 전근대적관계에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정치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하는 말들이 민생의 현장과는 너무 거리가 먼, 추상적이거나 전혀 공감대가 형성이 안되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자주 깨닫게 되는데, 능력도 없어 보인다. 2세 3세의 능력이 창업주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실무적인 인간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탓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세습지배체제인 북한은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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