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세계가 이념으로 갇히는 상황이나 집단적 사고에 개인의 사고가 매몰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를 '참여관찰'한 경험이 있다. 그 와중에 심신(心身)의 상태를 꾸준히 경쾌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많은 어려움을 겪곤했는데, 그 때문에 스포츠랑 친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정신나간듯 한 권력자의 '이상한 행위'에 대응하여 나 자신을 지켜나간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비 이성적인 집단적 사고와 맞서는 행위는 꽤 여러번 꾸준히 해 온것으로 생각된다.
오래전 꽤나 카리스마 있는 무술인이 주먹과 지모(知謨)로 제자들의 정신세계를 장악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생겨먹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맹랑한 삶을 살고 있는 무술인과 우둔한 제자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했던적이 있었다. 그 무술인은 자신의 인생을 왜 내가 참견하느냐고 따졌지만 이념적 사고에 갇히는 사회를 상당히 우려했던 생각이 있어서 사회방위를 위한 역할을 한다는 핑계로 기죽지 않고서 대응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사건은 여러번 있었는데, 원리주의 종교단체에서도 그랬고, 특수한 군인들의 집단에서도 그랬고,노인분들이 많은 일터에서도 그랬다. 권위가 집단적 사고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삶을 위해서' 자유를 억압당하는 불편함을 참고 살았는데,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힘든 상황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았다.
1960년대 초 미국 정보기관인 CIA가 역사상 희대의 엉뚱한 짓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쿠바에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백악관에서 CIA주도로 케네디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망명한 반공쿠바인들 1400명을 쿠바 남부해안에 상륙시켜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키는 계획을 짰다. 그리고 계획은 실행되었는데, 보급품을 실은 배는 쿠바 공군의 폭격으로 침몰하거나 도주했고, 1400명중 200명이 사망하고 1200명이 포로로 잡혔다. 원래 계획은 상륙하고 나서 쿠바 중부의 에스캄브라이 산악지대로 가서 몸을 숨기고 게릴라전을 하는게 계획이었지만 그곳은 상륙지점으로부터 15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뚫고 넘어갈 수 없는 늪지대가 지도상으로도 나타나 있었다.
2차대전때 일본군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군과 대략 10대 1의 교환비율로 인명을 경시하며 반자이(만세)돌격작전을 펼치거나 실패할 경우 전원 옥쇄작전을 펼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했다. 특히 임팔작전같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작전으로 수십만의 일본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전투를 치뤄보지도 못하고 이국땅에서 죽음을 당했는데, 작전을 지휘한 무다구치 렌야는 미국이 승리하는데 1등공신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2001년에 스위스항공의 파산사태는 스위스항공의 고문집단이 성공에 대한 낙관적인 환상으로 의견이 일치하여 팽창전략에 대한 위험성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는데서 원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엄청난 삽질(뻘짓 또는 비합리적인 사건)들을 통제하거나 지적할 수 없었을까. 가끔 정치권이나 경제권, 학계 모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념성과 파벌성을 살펴보면 그 답은 나오는 것 같다. 심리학교수인 어빙 제니스(Irving Janis)가 1972년에 내놓은 집단적 사고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어떤 음모를 꾸미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환상을 키우면서 소속감을 발전시키고, 행운에 대한 만장일치적인 믿음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망상이 반복되면 머리속에 현실처럼 자리잡게 되고,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현된다는의미다. 지난 한국정부가 종교적이거나 이념적인 성향이 지나치게 강한데 대해 반발한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우려한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말았던것 같다. 혹시라도 현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보인다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인듯 하다.
집단적 사고의 문제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예가 북한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인과의 처참한 연결고리도 실증해주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구사회에 비해서 집단적인 사고로 끌려들어가기 쉬운 전통을 가진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미래에 대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데, 먼 훗날 "내 생각이 맞았다"는 비극적인 말을 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국민 각자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것들이 합리적인 조율과정을 거쳐서 '결정'되어야 하는게 이상적인듯 하다. 강력한 의견일치가 환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존재가치가 없을듯 하다. 그래서 사회가 발전할려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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