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북한의 2인자로도 알려져 있던 최용해 노동당비서가 백두산발전소붕괴의 책임을 물어 숙청되었다는 국정원발 뉴스가 있었다. 그 밖에도 청년정책에 관하여 김정은과 의견차이가 있는 이유도 숙청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탄광이나 공장이 있는 시골로 추방되어 교화노동을 하고 있다는 추측인데 과연 다시 김정은의 은혜로 다시 재기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혁명화교육이나 교화노동은 미래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체제에 복종을 위한 순종적인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표현하면 쓸모없는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목적이 있다는 의미다. 1인 독재체제와 자유주의 국가의 관점의 차이는 이런 것인가 보다. 자유주의 국가일수록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비중을 두고 쓸모있음을 판단하는듯 하다.
한반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이념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내 입장으로서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유배지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곤 한다.. 언젠가 어느 어르신이 내게 정약용선생과 같은 유배생활을 한다는 생각을 하라고 조언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하면 이 고립감을 창조적인 미래가치로 환원시킬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듣고 보이는 모든 것들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지를 다진적이 많았다.
최용해의 유배는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전혀 무용(無用)한 유배이고, 정약용선생의 유배는 현실로 적용할 수 없으되 훗날 호치민도 목민심서를 즐겨 읽었다는 소문이 있는만큼 사회적으로(즉 당대의 현실에서는) 무용하나 역사적으로는 대단히 유용한 유배였고, 나는 어떻게든지 현실적으로 유용한 유배생활을 할려고 애쓰는 형국이 되었다. 누가 뭐라한 것도 아니지만 이념적인 문제가 퇴행적인 길을 걷는 만큼 열패감(裂敗感)으로 시름 시름 앓곤 했다. 자신이 가장 노력한 곳에서 성과를 못보면 좌절하는 것은 누구나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 사회가 참으로 놀라운 점이 있다면 결국에는 집권자 한 사람의 두뇌로 지탱을 하면서도 붕괴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집권자가 능력이 있다는 궤변도 나올법 하다. 만약 집권자가 깨진 유리창이론의 깨진 유리창과 같은 역할을 하여서 온 국민이 동조와 모방을 하였다면 북한사회는 일찌감치 붕괴를 하였을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 집권자가 퇴폐적이고 감상적인 분위기가 심화되자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고난의 행군시기를 맞이한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국가를 발전시킬려고 노력하는 집권자는 인재를 미래가치에 바탕을 둔 교육을 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남은 여생을 공장이나 탄광노동자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최용해로서는 이미 버림받았다고 봐야할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토로하지만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인문학, 철학, 정치, 경제, 실무 모든 부문에서 다방면의 교육을 받은 인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한듯 하다. 모든 부문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인간이 사는 세계의 일은 그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하는 점에 미래가 달려 있는것은 확실한듯 하다.
청년정책에 있어서도 최용해가 김정은과 의견차이가 있었다는 국정원의 첩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듯 하다. 현 북한군 장성들의 보수성(퇴보성), 무능함은 교육받은 지식의 내용과 양적인 면, 그리고 개선되지 않는 노년의 기질과 결합된 문제인 만큼 젊은 김정은과 불협화음을 보이는 점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용해의 아버지 최현이나 할아버지 최화심이 군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배운것이 없는 이유로, 최현은 초기 북한 인민군에서 최화심은 동북항일연군에서 공식적인 승진이 늦었다고 한다.그 때문에 최현은 최용해에 대한 교육에 신경을 썼지만 북한의 교육이라는 것이 이념교육과 군사교육에 일관하고 있어서 최용해도 조부나 부친과 별반 다름없는 무식한 세상에서 헤매다가 끝을 보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언젠가 약간의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분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데, 의사표현의 능력이 부족하니 그 답답한 심정을 호전성(好戰性)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꼭 그 노인이 아니더라도 토론 문화나 자기표현의 문화가 부족한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의 감정이 울컥한 분노로 표현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군 장성들이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북한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이유는 북한사회가 추구하는 선군정치와 같은 호전적인 문화와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견인해주고 있는 까닭이라고 봐야 할것같다.
다방면의 자유로운 교육, 독서, 경험, 토론문화 이런 것들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대단히 유용한 것들이다. 내 자신이 유배생활이 아닌 유배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