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시절 대학을 포기하고 이것 저것 읽을거리를 눈에 띄는데로 읽고 있었다. 그때 잡지(주간조선)에 NLF(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고급간부였다가 전향한 트루옹누탕의 회고록이 연재가 되고 있었다. 그 연재물을 빠짐없이 읽으면서 신념이 무엇을 위해 포기되어지는가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간난신고를 겪은 '반체제 인사의 투항'은 어린마음에 현실이 신념을 값어치없게 만들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시에 그 잡지에 우스운 기사가 함께 나왔는데, 어떤 사업가가 서울과 춘천사이의 항공노선을 개설할려고 허가신청을 했다는 기사였다. 그 사업가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고, 중국이 아닌 중공시절에 중국어를 하는 여성이 사무실에 드나든다는 기사였다. 그 사업가를 인터뷰하니 당시 육상교통이 포화상태에 있던 서울과 춘천사이의 항공노선은 군용비행장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말도 있었고, 사업가가 교통부에 신청한 사업허가 신청서류가 번번히 반송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나중에 그 사업가는 과대망상의 인물로서 목적없이 제스츄어만 취한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업가는 어렸을때부터 큰 인물(무엇이 큰 지는 모르지만)이 될것이라는 주위의 예측을 듣고서 자라 출세나 큰 인물에 대한 강박관념이 컸던것으로 판단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념이나 종교적 상상력이 합리성과 연결이 안되면 큰 혼란이 빚어지는듯 하다. 더구나 정치지도자의 자질이 비합리적이거나 목적을 망각하면 더욱 혼란이 클 것은 당연한듯 하다. 몇가지 검증을 해본 결과 대중은 비합리성에 더욱 크게 반응하는듯 하다. 본질과 검증을 향한 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얄팍한 계산의 결과이기도 한것 같다.
형이상학적인 생각이 난무하는 정치나 종교의 세계에서는 목적을 잃어버린 정치인이나 종교인, 그리고 생각하지 않는 대중이 '삼위일체'가 되어 파국을 향해 달리는듯 하다. 논리와 검증, 끊임없이 제시되어야 하는 목적과 본질을 향한 의문은 교육단계에서부터 익숙해져야 할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저지른 사람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 피해를 본 대중들도 뭔가 기분나쁘지만 뭐가 잘못되었는지 설명하지를 못한다.
사고없는 주입식 교육과 상명하복의 사회분위기가 만든 폐해때문에 뒤늦게 거국적으로 쓴 맛을 보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