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낮에는 주물공장의 용광로에서 일하고 저녁엔 대단히 지적(知的)인 일을 한 적이 있었다.오랫동안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현상으로 인정받는 노동현장의 모순따위는 생각해 본적이 없고, 타고난 부실한 심신(心身)을 교정하기 위해 낮시간을 보낼려고 했었던것 같다. 현장에는 학벌이 없는 젊은이 몇명이랑 그리고 많은 '노인'이 있었다.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인 동료들과 엘리트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을 상대하는 밤의 일터랑 '문화적 차이'가 많이 나는 낮의 일터로의 전환은 몸과 마음의 순발력을 증진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었지만 폭넓게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평생을 험한 노동일로 자식들을 대학까지 교육시킨 칠순의 노인분이었다.
특수부대의 훈련을 방불케하는 노동현장에서 수십년동안 견뎌온 깡마른 노인분은 식사시간에 당신은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낸 훌륭한 노인이기 때문에 무식한 젊은 노동자들과는 한 상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완고한 고집을 빼놓고는 경이로운데가 있었다. 훗날 그 '무식한 동료'중 한 명은 회사가 부도가 나서 임금이 밀리자 공장 굴뚝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티브이에 중계되어 티브이 스타가 되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했다.
바로 그때가 동네 아주머니들이 뭔지 모르지만 무서운 것이 문앞까지 왔다고 하던 임프(IMF)의 시절쯤 되었는데, 그 시절의 거시적인 근원을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 토드 부크홀쯔(TODD G.BUCHHOLZ)는 그의 저서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바로 그때가 동네 아주머니들이 뭔지 모르지만 무서운 것이 문앞까지 왔다고 하던 임프(IMF)의 시절쯤 되었는데, 그 시절의 거시적인 근원을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 토드 부크홀쯔(TODD G.BUCHHOLZ)는 그의 저서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급속한 추락은 결국 주변국들을 모두 집어 삼켰다. 아시아의 호랑이와 용들은 재화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팔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구매를 멈추자 그들은 제품 가격인하는 물론이고 이익도 상당히 줄었다. 불행히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에서는, 아시아 경제가 영원히 고속성장을 할 것이라고 믿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주는 돈을 가지고 무분별한 소비를 행하고 있었다. 오만했던 그리스 비극의 영웅 이카루스처럼,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고층의 건물인 페트로나스타워를 지었다. 1960년대만해도 아이티만큼 가난했던 나라가 말이다! 그러나 시장은 겸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1997년 아시아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폭동이 반발하고 정치지도자들이 쫓겨났다.
아시아의 용들은 일본의 잘못된 경영에 운 나쁘게 휘말린 순진무구한 구경꾼에 불과한 것일까? 그들에게는 일본이나 심지어는 미국의 정부도 탓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심지어는 한국마저 일본과 러시아라는 두 거인의 몰락을 겪어야 했다. 그들은 특정 산업에 돈을 직접 대주면서 강철같은 손을 휘두르는 일본의 관료주의자들을 그대로 모방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정치가의 친척이나 친구들이 특정부문만이 아니라 산업전체를 독점하는 정실자본주의 양상을 띄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같은 독재자들은 수십억달러의 돈을 가족 소유의 기업에 은밀히 대 주었다. 미국의 경영자들이 "주주가치 shareholder value'를 창출하는데 매진하고 있는동안, 아시아의 경영자들은 현대군벌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했다. 그 결과 경영자들은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자회사 분사나 합병 파트너 모색등 재빨리 대처할 자유나 탄력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더욱이 민간 금융회사들은 부동산거품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곤란에 처하면 정부가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통화시장을 갖고 논 덕분에 그들의 혼란이 더욱 심해졌다. - 중략 - 트레이더들이 달러화를 마구 팔면서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이끌었다. 이것이 아시아 호랑이들의 재정을 고갈시키고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일본의 은행에 상당한 빚을, 그것도 엔화로 지명된 부채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그들은 채무상환에 더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가 1995년 미국정부가 태도를 180도 바꾸고는 트레이더들에게 달러가치를 높이고 엔화가치를 떨어뜨릴 것을 종용했다. 급변한 상황 덕분에 채무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엔화 가치 하락이라는 사태를 맞은 일본이 이 호랑이들의 상품을 예전처럼 많이 구매해 줄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1. 정부의 과도한 개입, 2. 정실자본주의, 3. 달러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 급변이라는 요소들이 치명적으로 결합하면서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뒷골목의 작은 고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이엠에프의 구제금융시절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 것이 아닌듯 하다. 그 이면에는 일본과 아시아 국가간의 경제적 긴밀성, 아시아의 정실자본주의, 아시아 국가들의 정경유착, 심지어는 더 근원을 살펴보면 인구의 노령화와 수직적 관료주의로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일본경제와 아시아국가들의 대중정치적 성향이 위기의 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잘은 모르지만 오랫동안 한 자녀 낳기 운동을 벌이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나 일본의 사회성향을 그대로 답습해가는 한국이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듯 하다.
한국에선 빈번히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노인폄하발언을 했다가 문제가 되곤한다. 아마 문제의 본질과 개선점을 집어내지 못하고 정치적 승부에만 집착을 했기 때문에 대중정치적 성향이 심해지는 부실한 정치여건에서 '기분을 건드려 표를 못 얻는' 재난을 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구 노령화와 노인과 젊은이의 세대갈등 문제는 뜻밖에 심각한듯 하다.
노인과 젊은이를 동시에 보면서 느끼는 바로는 노인은 심신의 약화로 급속히 보수화되는 문제가 있는데다가 노인세대가 만든 사회제도 안에서 역동성을 잃어버린 신세대들의 무기력도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즈음에서 일본의 문제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보수성을 벗어나지 못하여 변화의 때를 놓쳐버린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의견이 현존하는 한국정치의 진보나 보수의 어느 한 쪽에 편향된 생각이라면 그것은 지나치게 정치시장적인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훨씬 본질적인 문제가 될 수가 있다.
어느 날 파인즈라는 68세의 노인이 한 겨울에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남극을 탐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디펙초프라라는 인도계 미국의사는 노인은 주변에서 늙는 이를 보기때문에 늙는다고 말한다. 좀 판타스틱한 말에 가깝긴 하지만 노인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라든가 혁신을 지향하는 노인의 태도는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이고 개인적인 문제까지 아쉬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은 열정을 가질때부터 그 만큼의 노인이 아닌듯 하다. 가끔 젊은이들과 함께 있으면 힘이 날때가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꿈이 내 마음도 울렁거리게 만들곤 한다. 어차피 살아가는 것이 꿈과 현실의 조합이라면 한 번 변화를 시도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꿈은 현실에 대한 집착을 덜어주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 현실에 집착을 하면 늙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차피 시작된 노령화 국가지만 생각이 젊은 노인이 살아가는 국가란 노령화 국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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