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에 공무원이나 부동산 수험생들을 지도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나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낮에 전기기술이나 용접기술을 배우러 다녔다. 특히 용접기술은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남부지방의 조선소에서 일하고 싶었다. 한여름에 얼음조끼를 입고 일하다가 더위에 지쳐 수박화채를 먹고 다시 불덩어리속으로 뛰어드는 근로자들의 모습이 자극적이었다. 비숫한 일을 해 본적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힘든 용접일이기 때문에 급여가 높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나빴다. 조선소 용접근로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급여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나는 객지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이익이 없으니 조선소 용접일을 포기했다. 그런데 20년 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용접인력이 부족해서 급여가 싼 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코로나19때 베트남 근로자들이 방역문제로 입국을 하지 못하자 조선소가 가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용접인력이 부족해졌다. 이런 일은 내가 오랫동안 겪은 버스업계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낮은 급여로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던 버스업계는 이제 사회적으로 소문이 나서 진입하는 인력이 무척 부족하다고 한다. 모든 것은 예측했던 사실이고, 한국 기술자의 급여 수준은 비숫한 경제 수준을 갖춘 호주등 서구국가들의 절반이하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은 급여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천시하는 성향이 있는 나라다. 어쩌면 인간의 행위적 가치를 경시하는 성향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우월하고 부동산이 실용성보다 화폐가치의 역할을 하는 사회에서 부동산소득을 근로소득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은 한국경제가 성장장벽에 부딪힌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현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해서 끈질기게 의문을 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왜 검찰이 현장일을 하는 경찰의 우위에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검찰에서 탄생한 정부는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성향으로 한국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었다. 언젠가 서울 강남의 고급아파트 전기실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간혹 주민중에 일하는 근로자들을 인권침해에 버금 갈 정도로 천대하는 상황을 보곤 했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라서 한국 사회가 다시 회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이 생겼다. 반 근로사회(Anti-working society), 반 실사구시사회(Anti-realistic and pratical society)는 기본이 약하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제조업을 무너뜨리고 탁상공론만 활발해지는 결과가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 한국정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념적인 국민이 지지하는 고정된 지지율에 속지 말아야 한다. 이념을 통하여 지지율을 얻고자 하는 점감주의(gradually decreasing) 정부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모두 없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빨리 각성해서 실사구시적인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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