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1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는 지혜로웠다. 항상 부하장군들에게 천천히 서두르라고 충고했다. 아마 근면하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착실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충고일 것이다. 그리고 부하장군들에게 어느 재주 한 가지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 쓸모없는 경쟁과 과욕을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어느 직교형 가로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신도시 지역에서 버스기사를 하면서 조급함과 여유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내면세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 평생 볼 수 있는 교통사고의 90퍼센트를 그 곳에서 보았고, 혼잣말이라도 평생 해 본 욕설의 90퍼센트를 그 곳에서 했을 것이다. 도로는 반듯하고 건물도 반듯했는데, 넓은 8차선 도로가 롤러코스트 처럼 오르내렸다. 학생들과 관광객이 많은 전원도시에서 오래 살아서 여유로운 정신세계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1년이 지나니 무자비하게 생겨먹은 가로(街路 /an avenue) 형태에 지역 주민들과 내 자신이 동조되어 갔음을 알고 실소했다.
초기 경제성장 시기에는 근면함과 경쟁적인 욕망을 끌어내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가 발전해가며 고차원적인 삶의 질 문제에 대한 욕구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간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급속하게 이루어진 시기를 경험해 본 중장년 세대는 시대에 동조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일본과 한국이 보수적인 움직임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서구사회에서는 경제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도 경제성장을 하며, 복지가 국민을 게으르게 하지 않고, 재벌까지 성장 시키는 국가가 많다. 스칸다니비아 3국이나 독일, 프랑스, 영국, 베네룩스3국 등이 그런데, 대체로 근로도 소중히 여기고, 인간도 소중히 여기는 시민의식이 성장한 국가들이다.
복지의 정수인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경제학자 Guy Standing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에는, 금전적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좀 더 균형 잡히고 부드러운 대인관계를 맺게 된다는 ‘관계효과’가 포함된다. 인디언 보호구역의 카지노 수입에서 정기적으로 지불금을 받는 체로키(Cherokee)부족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체로 돈을 둘러싼 싸움이 줄어들어) 부모는 덜 다투고 아이들은 걱정이나 행동장애를 덜 겪게 되어 학교에서 더 잘 지내고 범죄에 빠지는 일도 적어진다.
경제성장기의 보수적인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노령의 유권자가 많은 일본사회에서는 경제활동 인력이 부족함에도 근로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여유와 인간적 관점이 부족한 사회분위기 탓이다. 장기간 보수적인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고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성장을 시작한다면 초기에는 경쟁적이고 급박한 활력이 도움이 되겠지만 지도자의 구상은 항상 장기적이고 폭넓게 인간과 시스템의 본성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복지국가를 표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1인 장기집권 국가면서 성장과 복지를 모두 이룬 싱가포르는 훌륭한 국가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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