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이탈리아에서 치치올라라는 포르노 배우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있었다. 한국의 군사정부 시절의 청소년이 생각하는 이탈리아는 경이로운 국가였다. 좋은 관점으로 보면 많이 진보한 사회고 나쁜 관점으로 보면 대중정치가 만연하여 합리적 국가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시스템은 매우 달랐다. 한국은 강력한 정부시스템이 작동을 하고 이탈리아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들이 정치 불신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커진 정치 불신은 대중 정치인이 정치에 개입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시스템의 개입은 대체로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독재정부가 아닌 민주적이고 공리적인 정부를 말하고 있을 것이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실시한 여론 조사가 [파이낸셜 타임즈]에 개재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는 사람들에게 어느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물은 다음 거기에 덧붙여 왜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지도 물었다. ‘다른 쪽’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온 답 중의 하나는 상대방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것이었다.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중에서 -
정치를 혐오하는 대중은 극단적으로 비정치적인 인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변함없는 인식으로 사업가 출신을 선택하기도 하고, 포르노 배우, 운동선수, 코미디언등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선택들이 사회적 다양성 속에서의 합리성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면 민주국가의 이상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공리적 목표도 없고 지식도 없는 인물이 대중의 인지도에 의해서 선택이 된다면 국가나 사회시스템이 붕괴되는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합리적이고 종교적인 인물들이 어떻게든 정치에 참여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아마도 합리적 정치시스템에 무임승차하여 합리성이라는 옷을 입고 싶은 욕망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점차 좁아지는 입지에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국과 이탈리아의 코로나 방역 시스템을 비교해서 생각하면 그래도 합리적 시스템이 강한 조직을 만들고, 국민을 살린다는 생각이 든다.
몽골족은 고대의 군대들이 흔히 그랬듯이 전통적으로 합리성에 기초하여 군대를 조직했다. 부대는 각각 열 명, 백 명, 천 명, 그리고 만 명 단위로 편제 되었다. 또 각각의 단위마다 지휘관이 있었으며, 큰 단위의 부대에는 작은 규모나마 참모진이 구성되어 있었다. 칭기스칸은 조직체계를 보완하고 또 보완하며, 마침내 전 몽골군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조직 체계의 표준을 마련하자, 이제 장교와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 크리스 라반과 쥬디 윌리암스의 [심리학의 즐거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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